올해 말을 기점으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 둔화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4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예고하는 ‘최대실적주’들이 등장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반가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세계 각국의 긴축 전환 및 금리 인상 가능성이 증시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는 만큼 탄탄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는 기업들이 어닝 시즌 주도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 기업 223개 사(추정 기관 수 3곳 이상) 중 122개 사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3개월 전 대비 하향 조정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절반(54.71%)에 해당하는 기업의 4분기 실적 추정치가 감소한 셈이다. 이는 피크아웃(경기 고점 통과) 우려가 연말과 내년 초 언제든 국내 증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굳건한 이익 성장세를 유지하며 올 4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실적과 성장성 대비 저평가됐다는 평가를 받으며 12월 들어 올해 처음으로 주가가 31만 원선을 돌파한 LG이노텍(011070)이 대표적이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증권사들이 추정한 LG이노텍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범위는 4,027억~4,820억 원으로 종전 최고 기록(3,468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 스마트폰에 집중됐던 전방 산업이 중장기적으로 자동차전장, 확장현실(XR) 등으로 다변화돼 안정적으로 매출액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정밀화학(004000) 역시 올 4분기 8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키움증권은 롯데정밀화학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835억 원으로 제시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3%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의 60% 수준에 해당한다. 중국 전력난 지속으로 에피클로로히드린(ECH)·가성소다·암모니아 등 주력 제품들의 가격이 반등하면서 반사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환경 규제로 세계 1위 가성소다 생산국인 중국의 공급이 감소했는데 알루미나 정제 설비 등의 생산량 확대로 수요는 오히려 증가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체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하고 있는 신세계(004170) 역시 분기 최대 실적주 후보 중 하나다. 최근 한 달간 제시된 신세계 4분기 영업이익 예상 밴드는 1,024억~1,990억 원으로 지난 3분기 기록(1,024억 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재확산세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매출이 매월 빠르게 성장 중이며 특히 명품과 의류 매출이 10~30%의 견조한 증가세를 기록하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이날 신세계 주가는 전일 대비 3.26% 오른 25만 3,50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연고점(32만 1,500원) 대비 20% 넘게 조정된 상태다.
내년도 실적 상향 기업 자체가 희소해진 상황에서 이들 최대 실적주가 4분기 어닝 시즌에 주도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상장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 3분기를 기점으로 실적 둔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피크아웃 우려가 4분기 실적 발표 시즌에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4분기 실적 시즌이 되면 추정치들이 다시 나오면서 실적 둔화가 재부각될 수 있다”며 “코스피 추세 결정 변수는 펀더멘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