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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학과 132대1...의·약대만큼 인기

[대학 계약학과 열풍]

기업 인력수급·대학 연구 궁합 맞고

수도권 정원제한 등 규제도 안받아

2006년에 삼성·성대 국내 첫 개설

학비에 장학금까지 지급 지원자 쑥

교육과정 연속성 확보 등은 과제

/연합뉴스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는 지난 2006년 삼성전자가 성균관대와 손잡고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만든 것이 처음이다. 이후10년 넘도록 다른 학교로 확대되는 움직임은 없었다. 하지만 산업계의 디지털 대전환에 따른 첨단 융복합 인재난에 부딪힌 대기업들이 대학과 협의해 계약학과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취업에 유리하다는 입소문 등이 나면서 약대나 의대만큼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 한마디로 계약학과의 돌풍이라 할 만하다.



계약학과는 대학이 정부·산업체 등과의 계약을 통해 정원 이외로 운영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다. 기존 직원의 재교육을 의뢰하는 형태 혹은 채용을 조건으로 특정 교육과정 운영을 요구하는 채용연계형으로 나뉜다. 기업들의 채용연계형 계약학과 도입 열풍은 대학 졸업생들 중 당장 일선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가 적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교육과정으로 직접 인재를 양성하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자는 포석이다. 아울러 직접 육성한 인재를 바탕으로 다른 국가가 따라올 수 없는 반도체·통신·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의 초격차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도 깔려 있다.

계약학과 열풍은 기업의 인력 수요와 더불어 미래 기술 연구를 선도해나가려는 대학의 목표의식과 어우러지면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그간 대학은 교육부의 정원 제한 등의 규제로 새로운 전공을 도입하기 쉽지 않았다. 앞서 고려대는 2017년 4차 산업혁명을 대학이 주도하기 위해서는 학제 간 융합이 절실하다는 위기감에 미래대학을 설립하려고 했다. 하지만 대학 내 학과 정원 문제 등으로 인한 교수·학생회 등 구성원의 반발로 논의 자체가 무산됐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계약학과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교육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 “실질적으로 (수도권 규제 등) 여러 규제 탓에 미래 기술을 선도해나가기 쉽지 않았던 대학의 입장에서도 특정 기술 분야를 선도해나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도 채용연계형 계약학과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최근 대기업들이 공채를 폐지하고 취업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채용이 보장된 계약학과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이 재학생들에게 학비에 더해 장학금까지 지급하자 계약학과의 문을 두드리는 수험생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성균관대가 개설한 반도체시스템공학과의 2022학년도 수시 학생부 전형 경쟁률은 17.18 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경쟁률 12.4 대 1을 상회함은 물론이고 약학대학·의과대학에 이어 경쟁률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논술 전형에서는 무려 131.9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고려대에 개설한 반도체공학과(정원 25명)는 2021학년도 신입생 수시 전형에 247명이 지원했지만 올해는 그보다 46.6% 증가한 362명이 지원했다.

다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계약학과의 특성상 연구의 연속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점은 과제다. 기업과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대학이 해당 연구 분야의 연속성을 살려 학계에서 미래 기술 연구를 이어가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기존 유사 전공 학부생과의 차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고려대와 삼성전자가 논의 중인 ‘차세대통신학과’도 기존 전기전자공학부 재학생과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학부생들도 기업의 전문적인 교육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 새로운 교육과정의 긍정적인 요인들을 재학생들도 누리게 해주며 형평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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