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勞에 '셀프 방패막'…"공기관 철밥통 더 단단해져"

■'이재명표 노동이사제' 강행

입김 세진 勞, 권력 더 강화하려

'징계위원 노사 동수' 요구할 듯

부패 행위에도 '제 식구' 감싸고

기강 해이·방만경영 심화 뻔해

"노조 특권만 보장" 지적 잇따라





# 인천국제공항공사 자회사에서 일하는 A 씨는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개선 공사 담당자로 일하면서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현금과 컴퓨터 등 약 5,800만 원 규모의 금품을 받았다. 자신의 계좌로 돈을 받을 경우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본인 배우자 명의로 매달 허위 노무비를 받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외부 신고로 이번 비위를 인지한 공사는 내부감사를 거쳐 지난 6월 A 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이재명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강행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한 공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12일 “유력 대선 주자가 밀어붙이는 안건인 만큼 드러내놓고 반대 목소리를 낼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공공기관 설립 취지에 반하는 엉뚱한 방향으로 제도 운영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강한 노조 입김이 더 거세지면서 내부 견제 시스템이 망가지고 방만 경영이 확산해 결과적으로 공공기관의 ‘철밥통’만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사진 설명


당장 공기업계에서는 노동이사제 도입 이후 다음 수순은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상 공공기관들은 임직원이 비위·부패 행위를 저지를 경우 내부 징계위원회를 열어 처분 수준을 결정하고 법 위반 소지까지 있을 경우 관계 기관에 고발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때 징계위원회는 통상 간부급 이상 임직원으로 구성되는데 이 위원회에 노조 소속 하위직 직원도 5 대 5로 포함시켜 징계 여부를 따지도록 하자는 게 동수 구성의 취지다. 과거 민간기업인 현대중공업에서도 노조가 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이 제도 도입을 강하게 요구해 노사가 홍역을 앓은 바 있다.

현재 주요 공기업의 징계위원회 현황을 살펴보면 한국전력은 3급(차장급) 이상 간부위원을 중심으로 징계위원회를 짜도록 돼 있고(사업소 기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1급 직원 또는 본사 부서장이 징계위원으로 참여(보통인사위원회 기준)하게 돼 있다.



국내 공기업에서 과거 내부감사 업무를 맡았던 한 관계자는 “내부 감시 시스템이 강해도 LH 사태 같은 대형 사건이 터지는데 노조가 이사회에 참여하고 이어 징계제도 전반에까지 목소리를 내면 기강이 자연히 해이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방만한 공기업 경영이 더 악화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중장기 재무관리 대상(자산 2조 원 이상 또는 정부 손실보전 대상 기관)’ 공공기관 40곳 중 올해 이자 보상 배율이 1 미만인 곳은 전체 절반에 가까운 19곳에 달했다. 한 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할 정도로 재무 상태가 망가졌다는 뜻이다.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평균 연봉과 인건비는 매년 늘었다. 지난해 36개 공기업의 직원 평균 보수는 8,155만 원에 달해 전년(7,947만 원) 대비 200만 원 넘게 뛰었다. 공기업 기관장의 평균 연봉은 2억 1,512만 원에 이른다. 정부가 채용 부담을 공기업에 떠넘기면서 공기업 정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 12만 6,972명에서 지난해 15만 80명으로 2만 3,000명가량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노조가 경영 전반에 대한 간섭을 강화할 경우 탈원전 같은 대통령 하명(下命) 정책에 대한 최소한의 제어장치까지 사라져 재무 악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게 공기업 관계자들의 우려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20년 이상 재직하면서 능력이나 회사에 대한 애착심이 있는 사람이 발탁돼 이사가 되는 게 대다수 경우”라며 “노조가 지명한 사람만을 근로자 대표라고 보는 것은 그 자체로 불공정하고 오히려 노조의 특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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