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연료비의 기준이 되는 계통한계가격(SMP)이 지난달 1kWh당 127.06원을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55.1%나 급등했다. 올 초 도입한 ‘연료비연동제’에 따라 SMP 급등은 전기 요금 인상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고공 요금을 동결할 방침인 상황에서 한국전력을 비롯한 에너지 공기업의 부채가 한층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전력거래소의 지난 11월 전력 시장 운영 실적에 따르면 지난달 1Gcal당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단가는 7만 6,856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1.5% 급증했으며 LNG·석탄·석유의 발전 단가를 기초로 산출되는 SMP 또한 전년 동기 대비 155.1% 늘었다. 11월 평균 전력 정산 단가 또한 1kWh당 107.8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가량 늘었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은 지난 한 달 동안에만 2조 원가량의 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달 전력 거래량은 421억kWh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한 반면 전력 거래 금액은 전력 정산 단가 상승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2조 5,333억 원)대비 무려 86.7% 늘어난 4조 7,285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에 전기 요금 단가는 변동이 없다는 점에서 1년 새 늘어난 전력 거래액 대부분이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올 들어 3분기까지 한전의 누적 손실액이 1조 1,298억 원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추세가 이달까지 계속될 경우 한전의 올해 영업 손실 규모는 앞서 중장기 재무 계획을 통해 예상한 4조 3,845억 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 또한 급격한 인상이 불가피하다. 국제 LNG 현물 가격은 이달 MMBtu(열랑 단위)당 35달러를 기록하면서 연초 대비 7배가량 치솟았다. 올 3분기부터 LNG 가격 상승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정부는 지난해 7월 이후 가스 요금을 동결 중이다. 이 같은 요금 동결로 가스공사의 미수 요금은 올 연말 1조 5,000억 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연료비 부담이 가중돼도 전기·가스요금은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4조에 따르면 공공요금을 변경하려면 기획재정부 장관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기재부는 이달 20일께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공공요금 동결 방침을 천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둔 기재부와 요금 변동을 통한 전력 수요 조정 및 공기업 재무 건전성에 중점을 둔 산업통상자원부 간의 ‘힘 싸움’이 전개될 수밖에 없는 구도다. 다만 산업부 측은 올 9월에도 연료비 상승 등을 이유로 가스 요금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하루 만에 설명 자료를 통해 “물가 안정 및 원료비 상승 동향, 기관 재무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요금 인상 여부를 추후 검토할 예정”이라며 물러선 바 있다. 특히 청와대와 여권이 내년 대통령 선거 등을 이유로 공공요금 동결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돼 기재부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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