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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딴지·농민 반발 등 첩첩산중…CPTPP 실제 가입까진 상당 시간 걸릴 듯

[韓 CPTPP 가입 추진]

■ 또 반보만 내디딘 정부

세계무역 15% 차지 거대 협의체

中·대만 신청에 가치 더 높아져

수출시장 확대 차원 가입 시급

의장국 日, 협정가입과 현안 연계

농어민들 격렬 반대 등 부담에

가입시점 결론 못내린채 '머뭇'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내에서 논의되던 CPTPP 가입 여부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공론화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발언 이후 1년이 지나도록 가입은커녕 가입 신청서를 낼지 말지를 두고도 정부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13일 발언에 무게감이 크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가입을 본격 추진하겠다”면서도 실제 가입 신청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정부는 “가입 여부를 두고 적극 공론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라며 의미 부여를 하지만 1년 전 문 대통령의 발언과 비교해보면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경제적인 측면만 놓고 본다면 CPTPP 가입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크지 않다. 미국이 빠지면서 규모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난 2019년 기준으로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12.8%(11조 2,000억 달러), 무역액은 15.2%(5조 7,000억 달러)를 차지하는 거대한 경제 협의체다. 규모도 크지만 시장 개방 수준도 높다. 회원국 간 공산품은 99.8% 이상, 농산물은 95% 이상이 관세를 철폐한다.

한국이 협정에서 배제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회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예컨대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는 한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보다 CPTPP의 시장 개방 수준이 높다. 일본·호주 등 경쟁국이 우리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중 갈등 고조로 글로벌 시장이 분열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대체 시장을 발굴할 필요성이 높다”면서 “품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지만 전체 수출 시장을 넓히는 데 주목한다면 가입 필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과 대만까지 뛰어들면서 가치가 더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반도체 부문에서 경쟁하는 대만의 가입 신청에 특히 주목한다. 대만은 그간 중국의 견제로 FTA 무대에 좀처럼 등장하지 못했는데 CPTPP를 시작으로 추가 FTA를 체결해 글로벌 영향력을 좀 더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대만이 CPTPP 가입을 통해 일본 등과 반도체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하면 국내 반도체 산업에 적잖은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협정 가입을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의장국인 일본과의 양자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한국이 CPTPP 가입을 타진하자 한일 간 현안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창구를 통해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 한국이 먼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등을 풀어야 가입 여부를 논의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한일 관계가 회복되지 않으면 한국이 실제 CPTPP에 가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제기된다.

일본이 한국의 CPTPP 가입을 한일 현안과 연동하려는 조짐이 감지되면서 국회도 협정 가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CPTPP를 계기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경우 민심이 악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협상 과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당이 정부에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협정 가입 신청 시 농어민들의 반발이 클 수 있다는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이날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CPTPP가 한미 FTA 또는 한중 FTA를 넘어 이미 체결한 어떤 FTA보다 농업 부문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며 투쟁을 예고했다. 정부가 CPTPP 가입에 속도를 붙일수록 ‘대일 문제’와 ‘농어민 표심’ 등 정치적으로 폭발력이 강한 이슈에 휘말릴 각오를 해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실제 협정에 가입 신청서를 내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입 신청을 한다 한들 정부가 가입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후쿠시마 수산물 금수 조치 해제 여부는 일단 협정 가입을 신청한 뒤 한일 양자 간 협상 과정에서 조율할 수 있는 문제”라면서 “협상 시작도 전에 (금수 조치가 해제될 수 있다고) 결과를 예단해 신청을 주저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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