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종합검사 제도의 이름까지 다 바꿀 수 있다면서 전면 개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20년 이상 종합검사에 덧씌워진 부정적 인식을 일소하며 앞으로 달라질 감독·검사 체계에 부합하는 명찰을 달고 첫출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 원장은 21일 오전 화상으로 진행된 출입 기자 송년 기자 간담회에서 ‘종합검사의 명칭 및 범위를 변경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을 다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검사 체계 개선은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개정도 수반하는 문제”라며 “금융위원회와의 협의를 거쳐 결론을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경영 전반을 샅샅이 훑는 지금의 종합검사는 ‘저인망식 검사’ ‘먼지떨이 검사’라는 금융사의 불만 섞인 별칭이 붙어 있다. 일각에서는 2~5년 주기에 따라 종합검사 대상을 선정해온 데서 착안해 ‘정기검사’라는 순화된 명칭이 거론되고 있다.
종합검사는 지난 1999년 은행감독원·보험감독원·증권감독원을 한데 모아 현재의 금감원이 설립되기 전부터 은행업감독규정 등에 등장하는 용어다. 이처럼 종합검사는 오랜 세월을 같이하며 금감원의 본령처럼 여겨졌다. 2015년 진웅섭 전 금감원장이 금융사 자율성 확대를 기치로 내걸고 종합검사의 단계적 폐지를 공언했을 때도 관련 규정에서 아예 삭제하는 대신 기존 경영 실태 평가나 상시 감시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이유다. 한동안 이름만 남았던 종합검사는 2018년 윤석헌 전 금감원장 때 부활했다.
윤 전 원장이 되살린 종합검사는 20명 이상 대규모 검사 인력이 한 달 이상 금융사에 상주하며 금융권을 떨게 했다. 윤 전 원장은 이전과 달리 금융사가 금융감독 목표에 부합할수록 종합검사를 수감하지 않을 유인을 제공하는 ‘유인부합적 방식’의 종합검사를 지향했으나 라임자산운용·옵티머스자산운용 등 사모펀드 사태를 사전에 적발하지 못하는 등 한계도 노출했다.
이에 정 원장은 8월 취임 이후 검사제도 개편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검사 체계 개선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정 원장은 감독·검사 개편 방향에 대해 “사전 예방에 부합하는 검사제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논의를 시작했다”며 “선제적·예방적 감독·검사를 통해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하기 전 단계에서 관리가 잘되도록 하는 데 더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명칭 변경 등에 따른 검사 기능 약화 우려에 대해 “사전적 감독이 추가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강화 내지 확대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며 정면 반박했다.
정 원장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라임펀드 사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사태’ 등과 관련해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전적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전례에 따라 법리가 적용된 사안”이라고 재차 해명했다. 정 원장은 “취임 이전에 이미 법률적 판단과 제재심의 결정이 이뤄진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도 가계대출총량 관리와 관련해서는 “무리 없이 5%대 중반 수준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최근 논란이 된 예대금리 차이 확대에 대해 “당연히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될 사항”이라면서도 “합리성을 넘어 과도하게 벌어지면 필요한 시정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보험 업계가 실손의료보험료의 대폭 인상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보험료율도 가격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수요 공급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보험료율이 국민의 실생활과 관련된 보험일수록 합리성을 바탕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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