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역으로 도박·술·대마 등 ‘반(反) ESG’ 관련주만 담은 상장지수펀드(ETF)가 등장해 주목을 끌고 있다.
26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선 ‘B.A.D(티커명 BAD)’라는 이름의 ETF가 발행됐다. 이 상품은 BAD인베스트먼트라는 투자 업체에서 개발한 지수인 ‘EQM BAD 지수’를 추종하며 총보수는 0.75%다. 영어로 ‘나쁜’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Bad’를 이름으로 택한 것도 사회적으로 이미지가 좋지 않은 ‘죄악주’를 투자 테마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BAD의 가장 큰 특징은 ESG 수준이 떨어지는 업종만을 투자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카지노와 주류, 의료용 대마 관련 산업의 비중을 각각 3분의 1로 맞춰나갈 계획이다. ESG 투자에선 금기시되고 있지만 실생활에선 익숙한 산업을 담아 수익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BAD 상품은 최근 대세가 된 ‘ESG 투자’에 대한 역발상에서 출발한다.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ESG 수준이 높은 기업에 자금이 몰리면서, 역으로 ESG가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에 대한 틈새를 파고든 공격적인 투자 상품인 셈이다.
대신증권은 “ESG 전략이 성행하는 가운데 나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오히려 ESG 점수가 낮은 주식에 투자함으로써 거품이 없는 저평가 주식을 찾으려는 투자자에겐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익숙하지 않지만 미국 증시에선 이미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각하고 있다. BAD 외에도 죄악주를 집중적으로 편입한 ETF가 다수 상장해 있다.
‘어드바이저셰어즈 바이스(VICE)’가 대표적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리조트인 보이드게이밍을 비롯해 프랑스 주류 회사 페르노리카, 미국 최대 권총 생산업체 스미스&웨슨 등을 담고 있다. 이 ETF는 올 한 해 5.6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외에 ‘글로벌X 캐너비스(POTX)’ 같은 의료용 대마 ETF와 ‘라운드힐 스포트베팅 & i게이밍(BETZ)’같은 도박 ETF도 죄악주 관련 ETF로 꼽힌다. 의료용 대마 ETF는 지난해 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소식과 함께 올해 초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다만 연초 대비 수익률은 부진한 모습이다. POTX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38.48%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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