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최근 해운 호황으로 역대급 실적을 달성 중인 HMM 매각과 관련해 “아직 독립할 때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대규모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시장 평가 등을 봤을 때 매각하기 이르다는 평가다. 내년까지 유례없는 해운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초대형 선박 인도가 본격화되는 2023년 이후로는 운임이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9일 문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HMM을 매각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라지만 아직은 완전히 독립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근 HMM의 장기신용등급이 ‘BB’에서 ‘BBB-’로 상향되면서 7년 만에 투기등급을 벗어났고 4분기에만 2조 5,000억 원이 넘는 이익이 예상되지만 현 수준에서는 안정적인 상태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구체적인 매각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먼저 안정적인 경영 구조를 만들어 놓은 뒤 시장에서 구매자가 등장했을 때 매각하겠다는 설명이다. 문 장관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계속 알을 낳을 수 있도록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며 “그렇게 됐을 때 정부 빚을 갚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해운 업황이 언제 뒤바뀔지 모른다는 것이다. 해운 불황기가 다시 찾아오면 실적 개선도 더뎌질 수밖에 없어 HMM 매각 작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문 장관은 최근과 같은 해운 호황이 얼마나 갈지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최근 HMM을 포함한 글로벌 선사들이 발주한 초대형 선박이 인도되는 2023년 상반기 이후 운임이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 장관은 “최근 해운 호황이 최소한 내년까지는 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라며 “배가 나오기 시작하는 2023년부터 공급이 늘어나면 운임은 당연히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28일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부산항 제2신항(진해신항) 개발사업과 관련해 내년 중 2단계 사업도 예타를 신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해수부는 지난해 진해신항이 예타에서 탈락한 뒤 사업을 단계적으로 나눠 추진하기로 했다. 7조 9,000억 원 규모의 1단계 사업으로 9선석을 만든 뒤 2단계 사업에 4조 7,000억 원을 투입해 6선석을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문 장관은 “물동량을 보면서 내년 중 필요한 시기에 2단계 개발사업 예타를 신청하겠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음 달 12일 전원회의를 열고 국내 해운사의 운임 담합과 관련해 과징금 규모 등을 정하기로 한 것을 두고는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내리기 위해 소집한 것인 만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내년 중 해운질서팀을 신설한 뒤 선사 간 공동행위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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