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세종 때 발명된 우리나라 최초의 해시계로, 18세기 이후 제작돼 해외로 유출됐다 미국 경매를 통해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환수해 온 ‘앙부일구(仰釜日晷)’가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30일 조선의 천문학 기구인 해시계 ‘앙부일구’ 3점을 비롯해 경주 분황사의 불교조각, 조선 시대 전적 등 총 5건에 대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이번에 지정 예고된 앙부일구 3점은 지난해 미국에서 환수해 온 국립고궁박물관 소장본을 비롯해 국립경주박물관, 성신여대박물관 소장 유물을 아우른다. ‘앙부일구'는 솥이 하늘을 바라보는 듯 한 모습을 한 해시계라는 뜻이다. 1434년에 세종이 장영실·이천·이순지 등에게 명해 처음 제작됐다. 그 해 10월 종묘 앞과 현재의 종로 쪽 다리인 혜정교에 각 1대씩 설치돼 백성들이 오가다 두루 시간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앙부일구는 조선 말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제작돼 궁궐과 관공서에 널리 보급됐지만, 조선 초에 제작된 앙부일구는 현재 전하는 사례가 없다.
지금 남아있는 앙부일구 겉면에는 ‘북극고 37도 39분 15초(北極高 三十七度 三十九分 一十五秒)’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이 위도 지역에서 가장 정확한 시간을 알려준다는 의미다. 이같은 위도값은 1713년(숙종 39) 이후 처음 사용된 것으로 천문서적 ‘국조역상고’에 기록돼 있어 이들 앙부일구의 제작 시기는 1713년 이후로 추정된다.
청동금속으로 제작된 세 점의 앙부일구는 솥 같은 몸체를 네 개의 다리가 받친 모습을 하고 있다. 오목한 안쪽 면에는 북극을 향한 영침(影針·그림자 침)이 달려 있다. 또한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세로 눈금의 시간선이 15분 간격으로, 계절과 24절기를 알려주는 가로 눈금의 13개 절기선이 은상감(銀象嵌)으로 새겨져 있다. 받침대는 네 개의 다리에는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올라가는 용과 이를 감싼 구름 문양이 새겨있다.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관계자는 이들 ‘앙부일구’ 3점의 가치에 대해 “조선시대 천문과학기술의 발전과 애민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 과학문화재이며 태양의 그림자로 시간 뿐 만 아니라 날짜·절기를 함께 파악할 수 있도록 한 독창성이 뛰어나다”면서 “제작기법에서 뛰어난 조형미를 보이고 있어 숙련된 기술자가 제작한 최상급의 앙부일구로 판단되기에 보물로서 지정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경주 분황사 금동약사여래입상’은 높이 3.4m에 달하는 대형 불상으로, 조선 후기의 금동불 입상으로는 유일하며 규모도 가장 크다. 지난 1998년 분황사 보광전 해체 수리과정 중 건축 부재에서 1616년이라 적힌 분황사상량기(芬皇寺上樑記)와 1680년의 묵서가 발견돼 이 약사여래입상이 1609년(광해군 1)에 동(銅) 5,360근을 모아 제작된 것임이 확인됐다.
분황사는 신라시대부터 자장율사·원효대사 같은 고승들의 수행처로 유명한 한국의 대표 사찰이다. 원래 이곳에 봉안됐던 금동약사불은 정유재란(1597년)으로 소실됐으나, 이후 지금의 장대한 규모로 복구된 것으로 추정된다. 불상의 크기가 커 형태면에서는 우람하지만 둥글고 통통한 얼굴, 왜소한 어깨 등이 아이처럼 앳된 모습을 갖고 있다. 이목구비는 16세기 불상 양식이나 길쭉한 비례감의 가슴과 복부, 세부 주름 등 신체 표현은 17세기 양식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신·구 양식이 공존한다.
‘자치통감 권266~270’은 1434년(세종 16) 편찬을 시작해 1436년(세종 18)에 완료된 총 294권 가운데 권266~270의 1책(5권)에 해당하는 서책이다. 조선 초기 초주갑인자 판본의 금속활자본이자 희귀본이고, 행정학·서지학 등 사료적 가치가 높다.
이들 5건의 문화재는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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