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국정농담] 기업 몫만 늘어나는 "청년 채용 더 많이, 더 빨리"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文, 이재용과 출소 후 재회..."일자리는 기업 몫"

채용 독려에 총수들 영상까지..."무거운 책임감"

사면 얘기는 안해...정부 "IT·중견사로 확대 준비"

산업계 "규제만 늘리고 책임은 떠넘기기" 비판

'尹 이탈' 20대, 정권 변수 돼...민심 잡을 기회

올해도 고용 쉽잖지만 청년 메시지는 계속 낼 듯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희망 온(ON) 참여기업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기 말을 맞은 문재인 정부가 기업들에 대해 새해 청년 채용을 대폭 늘려줄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모아 채용을 재차 강조하는가 하면, 정부 당국은 올해부터 이 부담을 정보기술(IT) 회사나 중견기업에도 나누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에 등을 돌렸던 20대들이 여야 대선 후보 비호감 탓에 부동층으로 몰리자 정부도 이들의 민심을 적극 껴안으려는 모양새다. 다만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각종 기업 규제를 쉴 새 없이 늘리면서 유독 일자리 문제만 기업의 책임으로 돌리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나온다. 정부가 정말 의지가 있다면 규제는 더 없애고 당근책은 더 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희망 온(ON) 참여기업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文 "일자리는 기업 몫…더 많이, 더 빨리 채용해야”

문 대통령이 지난 27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구현모 KT(030200) 대표 등 6대 기업 총수를 청와대로 불렀다. 정부 민관 합동 일자리 창출 사업인 ‘청년희망 온(ON)’ 프로젝트 참여 기업들과 오찬을 나누면서 이들을 격려하겠다는 목적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3년간 청년 일자리 18만여 개를 창출하겠다는 약속을 해준 기업인들께 직접 감사드리고자 자리를 마련했다”며 “더 많은 인원이 더 빨리 채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몫”이라며 “정부는 최대한 지원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지난해 8월 가석방 출소 후 처음 만난 이 부회장에게 “삼성은 ‘인재 제일’이라는 창업주의 뜻을 이어 최고의 능력을 갖춘 삼성인을 배출해왔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이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저출생으로 신생아가 40만 명 이하이고 중국은 대졸자가 500만 명을 넘는다. 미국과 중국이 탐내는 인재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며 자신의 인재 확보 철학을 소개했다. 이 부회장은 문 대통령이 6세대(6G) 이동통신 개발 현황을 물은 데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대비하고 있다”며 “통신은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아쉬울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정 회장에게는 “현대차(005380)의 전기차가 유럽에서 올해의 차로 다수 선정된 것을 축하한다”며 “차량용 반도체에서 삼성과 현대차가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정 회장은 “국민들이 전기차를 많이 구매한 것을 기반으로 유럽·미국에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는데 기술과 서비스로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디스플레이 사업이 성황이라고 들었다”는 문 대통령의 말에 “청년교육훈련과 관련해 대학 계약학과에 디스플레이학과가 추가돼 기업과 청년이 ‘윈-윈’ 하고 있다”며 “점진적으로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최태원 회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생산하는 노바백스가 독감 백신 같은 합성 항원 방식으로 돼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가 나면 바로 출시해 안정적으로 국내에 공급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참석자들은 문 대통령이 지난 24일 특별사면 대상에서 이 부회장 등 기업인들을 제외한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6대 기업 총수들이 2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간담회 후 청년들에게 영상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 /연합뉴스


‘영상메시지’까지 찍은 총수들…이재용 “일자리 못 만든 책임 무거워”

이날 행사에서는 무엇보다 6대 기업 총수들이 이례적으로 청년들을 격려하는 영상메시지까지 내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 유튜브 공식 계정에 올라온 11분 분량의 동영상에 총수 6명이 차례로 등장했다.

이 부회장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매일 최선을 다해 달려가고 있지만 그 불안감과 고민은 여러분들만이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인생의 후배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기업인의 한사람으로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저와 삼성은 세상에 없는 기술, 우리만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더 많이 투자하고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더욱더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정 회장은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기 위한 현대자동차그룹의 대장정에 대한민국 청년 여러분이 함께하기를 기대한다”며 짧은 인사를 전했다.

최 회장은 ‘언론과 어른들은 의지가 없다며 우릴 싹 주식처럼 매도해’라는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쩔어’ 가사까지 인용하며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고 청년 세대와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선배 세대로서 상당한 책임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최태원 회장은 “꿈을 향해 도전하면서도 때로는 좌절하게 되는 청년들을 일으켜 줄 결론은 명확하다”며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가도록 기업인으로서 제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SK는 상당히 바쁘다. 미래 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 SK와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여러분과 같은 인재다. 기업이 해야 할 책임은 건강한 일자리 창출임을 잊지 않겠다”고 역설했다.

구 회장은 “청년 여러분이 느끼고 있는 취업과 미래에 대한 고민에 대해 저희 기업도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청년 여러분에게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드리는 게 기업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소임”이라고 밝혔다. 그는 “LG는 첨단산업에 적극 투자해 미래에 각광받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중소기업, 스타트업과도 함께 협력하고 성장하며 새로운 일자리가 주위로 더욱 확산되게 하겠다”며 “청년 여러분이 지식과 경험을 쌓고 글로벌 인재로 성장해 가는 일에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최정우 회장은 “남과 비교하기보다 스스로 인생의 주인이 되어 용기를 잃지 말고 최선을 다 하자”고 제안했고, 구 대표는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앞서 가는 것 같고 많은 것을 이룬 것 같겠지만 자신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자신만의 길을 가라”고 조언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연합뉴스




규제는 계속 늘어나는데…IT·중견사에도 고용 압박

청년희망 온 프로젝트는 기업이 채용, 교육·훈련, 멘토링 등 청년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정부가 교육·훈련비, 인턴십 수당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취임 초부터 “청년 문제 해결은 우리 부모 세대의 책임이고 정부의 의무”라며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지난해 9월7일 KT를 시작으로 9월14일 삼성, 10월20일 LG, 10월25일 SK, 11월10일 포스코, 11월22일 현대차 등 6개 대기업이 3년간 총 17만9,000개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 프로젝트 대상을 올해 더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이 총수들을 만난 날, 윤성욱 국무2차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내년에는 청년이 선호하는 IT·플랫폼 기업, 중견·강소기업까지 참여하는 시즌2를 착실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대기업도 공개채용을 대거 없애는 등 신규 고용에 버거워하는 상황에서 청년 일자리 확대 부담을 중견·중소기업에도 떠넘기는 건 너무 가혹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정부가 별다른 인센티브도 주지 않으면서 숫자 채우기에만 급급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6개 대기업들이 내놓은 계획들도 정부 의지와 무관하게 원래부터 하려던 것이 대부분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누적된 청년 일자리 문제는 올해도 실질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일상회복을 미룰 정도로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경영계획을 보수적으로 돌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취업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대학원 졸업자 취업률은 65.1%로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2019년보다도 대비 2%포인트 감소했다.

나아가 26일 한국경영자총협회이 전국 3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 243곳 중 63.7%가 올해 채용계획에 대해 ‘2021년 수준’이라고 답했다. 확대는 25.4%, 축소는 10.8%로 집계됐다. 이마저도 신입과 경력 사원 채용을 구분하지 않은 결과였다. 기업들은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제약으로는 39.1%가 ‘각종 규제 정책’을 꼽았고, 25.1%는 ‘저출산·고령화·양극화 등 사회·구조적 문제’를, 19.3%는 ‘주력 산업 경쟁력 약화와 신성장동력 부재’를, 15.2%는 ‘반기업 정서 만연 등에 따른 기업가 정신 위축’을 각각 꼽았다.

기업들은 현 정부 들어 여권 주도로 ‘기업 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노동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 등을 잇따라 처리하며 부담을 크게 늘린 사실도 상기했다. 현재도 온라인플랫폼법·집단소송제·징벌적손해배상제 등 각종 규제가 국회에서 논의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내일이기대되는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페이스북에 “청와대가 대기업 총수들에게 ‘청년 채용이 부진한 반성문 영상’을 요구해 올렸다”며 “잘못을 왜 했는지 사연도 안 묻고 삼청교육대로 끌고 가는 게 사회정화라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도대체 뭐가 다르냐”고 비판했다.

30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신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론 취업 녹록잖지만…‘尹 이탈’ 20대 겨냥 메시지 이어질 듯

상확은 녹록잖지만 정부는 당분간 청년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듯한 메시지를 계속 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실망으로 이탈한 지지층 가운데 청년들이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어지면서 이들의 민심을 다시 붙잡을 기회가 왔기 때문이다. 4·7 재보선 참패 때와는 민심이 또 달라진 상태다. 청와대가 기업 총수들을 불러 청년 영상까지 찍게 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진단이다.

지금은 중립 지대에 머물러 있는 20~30대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가는 여전히 대선에 큰 변수다. 윤 후보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율이 크게 올라가는 상황도 아니다. 정부가 젊은이들을 신경 쓰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정치적 효과는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청년의 삶이 남은 문 대통령 임기 내에 크게 나아지기 어렵다는 현실은 별개의 문제다. 김 총리는 30일에도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민간위원들과 올 1년을 마무리하는 모임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가졌다.

윤 후보의 부진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결정으로 문 대통령이 얻는 반사 이익 또한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30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업체가 발표한 12월 5주차 전국지표조사(NBS·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47%를 기록, 지난해 최고치인 2월 4주차 조사 때와 동률을 이뤘다. 청와대도 이에 대한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선을 다해서 국정에 임하고 계셔서 그런 듯하다”며 6대 기업 총수 오찬간담회 등을 거론하고는 “현안에 대해 좋은 대화를 하셨다”고 짚었다. 이어 “진정성과 노력을 국민에게 인정 받는게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문 대통령은 오는 3일 신년사에서 국민들에게 완전한 위기극복, 선도국가 전환, 국민 통합 등의 비전을 제시하기로 했다. 여기에도 청년들을 보듬는 메시지가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