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창구에서 발행된 5만 원권 지폐가 쓰기 어려울 정도로 손상돼 사라지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14년 10개월(178개월)로 전년보다 4개월 늘어났다. 우리나라 5만 원권 지폐는 실제 거래에도 자주 사용되고 있어 가치저장수단으로도 활용되는 영국 50파운드권이나 미국 100달러권 등 주요국 최고액권보다 유통 수명이 짧았다.
6일 한은이 발표한 ‘2021년 은행권 유통 수명 추정 결과’에 따르면 1,000원권은 61개월, 5,000원권 63개월, 1만 원권 131개월, 5만 원권 178개월로 각각 추정됐다. 유통 수명은 제조 은행권(신권)이 한은 창구에서 발행돼 유통 후 폐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말한다. 은행권 유통 수명은 자체 내구성, 화폐 사용 습관, 사용 빈도 등에 따라 결정된다. 물리적 강도가 강하거나 거래 등에 사용되는 빈도가 낮아질수록 수명이 길어지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1,000권은 1개월, 5,000원권은 3개월, 1만 원권은 1개월, 5만 원권은 4개월씩 각각 늘어나는 등 모든 권종에서 유통 수명이 증가했다. 비현금 지급 수단 사용 확대, 온라인 거래 증가 등으로 유통 수명 증가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다만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급격히 활발해지면서 유통 수명이 3~12개월 증가한 지난해보다는 증가 폭이 축소됐다.
주요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은행권 유통 수명은 저액면과 중간액면은 긴 편이고 고액면은 짧은 수준이다. 최저액면과 중간액면은 은행권의 우수한 품질, 국민의 올바른 화폐 사용 행태 등으로 수명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최고액면인 5만 원권은 주요국 대비 구매력이 낮아 실제 거래에 널리 사용되면서 미국·영국·호주·스위스 등에 비해 수명이 짧다는 설명이다. 영국 50파운드는 492개월, 호주 100달러는 330개월, 미국 100달러는 275개월, 스위스 1,000프랑은 240개월 등이다. 유로존 200유로(142개월)나 일본 1만 엔(53개월) 등은 유통 수명이 짧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