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서 특허 수장을 맡았던 고위 임원이 삼성전자에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 내부 사정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인물이 퇴임 후 전직 회사에 특허 공격을 가해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안승호 전 삼성전자 IP센터장(부사장)은 지난해 6월 특허법인 시너지 IP를 설립한 뒤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삼성전자아메리카가 10건의 특허를 고의로 침해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접수했다.
공동 원고로는 계쟁 특허 소유권을 지닌 미국 델라웨어 소재 스테이턴 테키야 LLC가 이름을 올렸다.
그가 이 소송에서 삼성전자의 무단 침해를 주장하는 특허는 ‘올웨이즈온 헤드웨어 레코딩 시스템’ ‘오디오 녹음용 장치’ 등 10건이다.
업계에서는 삼성 특허 전략을 잘 아는 안 전 부사장이 소송에 나선 만큼 최소 수백억 원대 배상금을 삼성전자에 요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전 부사장은 삼성전자에서 특허 분야 수장을 맡았던 특허 전문가다. 애플·화웨이를 상대로 한 삼성전자의 특허 관리 전략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고위급 임원이 친정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배경과 이유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에서 특허 방어를 했던 안 전 부사장이 퇴직 후 외국의 소위 ‘특허 괴물’을 대리해 친정 기업을 공격하는 점에서 신의성실 위반, 재직 중 영업 비밀을 이용한 직업윤리 위반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치 해안경비대장이 퇴직 이후 해적선 선장으로 돌아온 셈”이라고 비유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특허 공격에 노출돼 있다는 걸 뻔히 아는 인물이 특허 공격을 주도하는 게 황망하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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