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가 모바일경험(MX)사업부의 확장현실(XR) 야심작인 ‘프로젝트 무한’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반도체 칩을 제조한다. 세계적 팹리스인 퀄컴이 설계한 칩을 최선단 공정으로 제조하는 것인데 프로젝트 무한의 성공과 XR 시장의 확대에 따라 삼성전자(005930) 파운드리 사업의 역량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프로젝트 무한에 들어가는 퀄컴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XR2+ 2세대’를 4㎚(나노미터·10억 분의 1m) 공정으로 생산한다. 퀄컴은 XR2+ 2세대 제품을 지난해 1월 공식 출시했다. 이 AP는 XR 헤드셋 안에서 인간의 두뇌처럼 각종 연산과 제어를 담당하는 핵심 칩이다. 전작보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2.5배, 인공지능(AI) 처리 성능은 8배 개선했다. 헤드셋에 장착된 12개 이상의 카메라를 제어하는 역할도 한다.
삼성전자가 퀄컴·구글 등과 협력해 XR 헤드셋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적은 있지만 삼성 파운드리가 퀄컴칩을 제조하고 있는 것은 처음 확인됐다. 삼성 MX사업부는 프로젝트 무한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하반기 5만 대가량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올 초 수립했으며 갤럭시 S25 언팩과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 등 각종 대형 이벤트에서 시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수주 물량 부족으로 적자 늪에 빠진 삼성 파운드리는 MX사업부·퀄컴 등과 XR 협력을 통해 신규 매출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삼성 파운드리는 2019년 메타의 증강현실(AR) 글라스용 AP를 제조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칩 양산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XR 헤드셋 양산 이후 MX사업부의 차세대 스마트 안경, 자체 XR용 AP 개발은 물론 XR 기기 수요 증가 및 퀄컴과의 지속적 협력 등이 순차적으로 이어진다면 삼성 파운드리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XR용 칩에 이은 추가 수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4나노 라인이 있는 평택 반도체 공장은 최근 가동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4나노 라인은 지난해 공정 성숙도가 크게 개선돼 수율이 70% 이상을 기록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2나노 공정의 양산 체제를 연말까지 갖추는 것을 목표로 퀄컴·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 물량 수주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퀄컴의 XR용 칩 양산에 대해 “고객사 수주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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