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초부터 경제활동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각종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면서 체감 경기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강화된 거리 두기 조치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 소비자물가는 3% 후반까지 치솟은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마저 긴축을 서두르면서 원·달러 환율은 17개월 만에 1,200원을 돌파했다. 여기에 오는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1.25%로 올리면 경기회복 부담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 연준의 조기 긴축과 고물가, 원화 가치 하락 등으로 금리 인상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제 두 달도 남지 않은 대선 일정까지 고려하면 한은 금통위가 금리 정상화를 미루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9일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일 뉴스심리지수(NSI)는 118.06으로 지난해 10월 18일(118.0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NSI는 직전 7일간 뉴스 기사에 나타난 경제 심리를 일 단위로 지수화한 것으로 지수가 높을수록 경제 뉴스에 긍정 문장이 많다는 의미다. 주요 경제심리지표나 실물경제지표에 1~2개월 선행하며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NSI는 단계적 일상 회복인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지난해 12월 8일 134.33까지 올랐으나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확산과 이에 따른 거리 두기 강화로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은이 집계하는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103.9로 전월 대비 3.7포인트나 하락하며 4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3%대 고물가와 1,200원대 환율 등으로 각종 경제심리지표는 당분간 둔화 가능성이 크다. 결국 얼어붙은 심리가 민간 소비 등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민간 소비는 수출 등 다른 지표와 달리 아직까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체감지표 부진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세와 인플레이션 우려, 통화정책 정상화 압박 때문”이라며 “위축된 심리지표는 시차를 두고 실물지표에 반영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두 달 연속 ‘경기 하방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재확산과 그에 따른 방역 조치 강화가 기업과 소비 심리를 위축시킨데다 공급망 차질이 길어지면서 원자재 가격 및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센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KDI는 1월 경제동향을 통해 “우리 경제는 완만한 경기 회복세가 유지되고 있었으나 최근 방역 조치가 다시 강화되고 대외 수요의 개선세가 약화하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경기 둔화 우려에도 한은이 이달 14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1.0%에서 1.25%로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은이 지난해 11월에 이어 올해 1월까지 금리를 연속으로 올리는 것은 2007년 7~8월 이후 14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방향 의결 문구를 ‘점진적’에서 ‘적절히’로 바꾸며 ‘금리를 연속해 올리지 않는다’라는 시장 전망을 의도적으로 깨뜨렸다.
한은이 연속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보는 배경은 물가, 환율,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 금리 인상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특히 연준이 3월부터 정책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진 만큼 금리 격차를 위해서라도 올릴 수 있을 때 선제적으로 올려둘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져 환율이 ‘오버슈팅(일시적 폭등)’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더욱이 이달 인상하지 않고 다음 달 24일 금통위로 미루면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다만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경제영향을 한 달 더 지켜본 뒤 금리 인상을 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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