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회사채 시장의 온도차가 커졌다. 낮은 신용도로 그간 시장의 외면을 받던 BBB급 기업들에 뭉칫돈이 몰리는 한편 이들보다 체력이 좋은 A급 회사채가 오히려 미매각되는 상황이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BBB급 신용도를 보유한 두산은 이날 700억 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42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높은 가격으로 채권을 사겠다는 투자자가 몰리면서 발행금리도 기존 대비 53~63bp(1bp=0.01%포인트)나 낮추게 됐다. 반면 같은날 시장을 찾은 A급 CJ프레시웨이(051500)는 1,000억 원 모집에 520억 원을 받는데 그쳤다.
CJ프레시웨이는 가정간편식(HMR) 사업을 확대하면서 지난해 실적이 크게 개선됐지만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오는 14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금리 변동성이 커진 영향이 컸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회사의 개별 금리(민간채권평가사가 평가한 회사의 금리)가 등급 금리(동일 신용등급 회사채의 평균 금리)보다 20bp나 낮아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추후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에 대비해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원했다는 얘기다. 금리 기준점이 높아지면 그동안 금리가 낮은 채권을 사들인 투자자들에게 평가 손실이 발생한다.
반면 BBB급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일단 올해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을 받으려는 하이일드 펀드들의 수요가 넘치고 있다. 이달 말부터 LG에너지솔루션, 현대엔지니어링 등 굵직한 기업공개(IPO)가 잇따라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BBB급 회사채가 2~3년 만기에 연 4% 안팎의 금리를 제공하면서 주식 대비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개인투자자(리테일)도 갈수록 느는 추세다. 특히 이달 시장에 나온 현대로템(064350)과 한진(002320)의 경우 실적 회복세가 가팔라 추후 신용등급 상향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길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월 금통위 이후 금리 변동성이 다소 줄어들고 회사채 발행이 본격화되면 차츰 해소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대형 증권사의 자금조달 담당자는 "A급 회사채의 경우 종목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하게 나뉜다"며 "AA급 회사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회사채 스프레드(국채와의 금리 차)가 줄어들면 차차 A급에도 온기가 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주에는 A급 기업인 하이트진로홀딩스와 한솔제지, 세아창원특수강 등이 시장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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