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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최태원 아이스크림과 규제

■임진혁 산업부 기자

임진혁 산업부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8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여러 아이스크림 사진을 올린 뒤 ‘1등은 단연 발효 단백질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라고 말했다. ‘브레이브 로봇’ 상표의 이 아이스크림은 미국의 발효 단백질 기업 ‘퍼펙트데이’가 지난 2020년 출시했다. 소에서 추출한 단백질 유전자로 만든 발효 유단백질이 주원료다. SK㈜는 2020년 퍼펙트데이에 1,200억 원을 투자했는데 대체 식품의 성장성과 가축 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달 초 열린 ‘CES 2022’에서 ‘브레이브 로봇’의 아이스크림을 만날 수 있었다. 차지고 부드러운 맛이 여느 고급 아이스크림과 다를 바 없었다. 이 같은 ‘푸드테크’는 올 CES의 새 카테고리로 등장했다. 시장이 그만큼 커지고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동물 애호가나 채식주의자, 탄소 감축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까지 국내에서도 대체 식품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에서 ‘브레이브 로봇’을 먹을 날은 기약하기 어렵다. 현 제도에서는 발효 단백질로 만든 음식을 식품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대체 우유 제조사 오틀리가 나스닥 상장 첫날 시가총액 120억 달러를 기록하고 ‘푸드 테크’가 CES에서 각광 받았지만 한국에서는 음식도, 기술도 아닌 셈이다.

국내 바이오벤처 휴이노는 2015년 심전도를 측정하는 스마트워치를 개발했으나 규제에 막혀 2019년에야 허가를 받았다. 이번 CES에 전시된 수많은 웨어러블 의료기기를 보니 휴이노의 잃어버린 4년, ‘퍼펙트데이’의 아이스크림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최 회장은 최근 경쟁 당국과 만나 “산업이 급격히 재편되는데 우리가 세계 시장의 공급자가 되느냐 수요자가 되느냐에 따라 국가 명운이 엇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 정책의 탄력적 운영을 요청한 발언인데 비단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만 들을 얘기일지 곱씹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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