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긴축 행보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국제 유가 상승 등으로 국내 물가 오름폭이 확대되면서 한국은행이 내부의 중립금리를 올렸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앞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강력 시사한 한국은행이 자금 유출 방지나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2%까지 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기도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이 해외 투자은행(IB)에서 나온다.
19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영국 경제 전망 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한은이 올해 네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4일 금리를 1.0%에서 1.25%로 한 차례 올린 만큼 올해 연말까지 0.25%씩 세 차례 추가 인상해 기준금리를 2.0%로 운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증권사들도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올해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점차 상향 조정하고 있다.
시장에서 한은이 점차 긴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는 이유는 이번 금통위에서 이주열 총재가 “기준금리가 1.5%가 된다고 해도 이것을 긴축으로 볼 수 없다”고 하는 등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두 달 만에 2.0%에서 2.5% 이상으로 높여 잡는 등 인플레이션에 대한 달라진 시각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한은은 오는 2월 경제 전망에서 구체적인 물가 전망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 총재 발언 등을 비춰봤을 때 한은이 내부적으로 추정하고 있는 중립금리 수준 자체도 상향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중립금리는 물가에 대한 상·하방 압력 없이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말한다. 한은은 이를 토대로 통화정책을 운용하지만 내부적으로 활용할 뿐 공개하지 않는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화 당국이 물가 전망 상향 등 변화 요인을 반영해 최근 중립금리에 대한 전망을 상향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최근 잠재성장률이 2%대로 낮아진 데다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가 2%인 점 등을 근거로 중립금리를 2% 이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번 금리 인상기엔 기준금리가 2%까지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잠재성장률이 2%라면 기준금리 상단이 3%까지 갈 수 없다는 의미”라며 “여기에 기준금리가 실질금리가 되려면 물가 안정 목표보다는 높아야 하는 만큼 중립금리가 2%보다는 높은 수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이 긴축 행보를 강화할 경우 한은도 서두를 수밖에 없지만 대통령 선거와 총재 교체 등 변수가 남아 있다. 이에 오는 2분기를 통화정책 휴지기로 보고 7월부터 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 연준(0.00~0.25%)과의 금리 격차가 1%포인트로 아직 여유가 있지만 미국이 속도를 내면 올해 하반기 급격한 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