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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1조 매수 주문에도…회사채 발행 금리 껑충

[치솟는 금리에 자금조달 '비상']

국고채 금리 2.1% 돌파 고공행진

금융지주사 채권 금리도 年4%대

기업들 이자부담 눈덩이처럼 불어





지난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국고채 금리가 2.1%를 넘어서자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연초부터 비상등이 켜졌다. 대기업은 물론 금융지주사가 발행하는 채권까지 금리가 연 4%대로 치솟아 회사채 발행을 통한 이자 부담이 올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금리가 이달 들어 크게 뛰고 있다. 수요예측에 조(兆) 원 단위 매수 주문이 들어오고는 있지만 발행금리는 오히려 평균 3bp(1bp=0.01%포인트, AA~A급 기준)가량 상승하는 등 ‘1월 효과’가 무색한 모습이다. 통상 1월은 전년 말 지갑을 닫았던 기관들이 회사채 매입을 재개하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가장 많아 회사채 발행금리도 낮게 형성된다.



올해도 현대제철(004020)롯데렌탈(089860) 등이 회사채 발행에 일찌감치 나서자 1조 원 가까운 매수 주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들 우량 기업도 높은 경쟁률에 비해 발행금리는 별반 낮추지 못했고 1년 전에 비해 1.5%포인트가량 금리가 높아졌다.

현대제철(AA+)은 지난 18일 수요예측을 실시했는데 회사채 발행금리를 민평 금리 대비 0~2bp 줄이는 데 그쳤다. 지난해 19~25bp나 낮췄던 것과 대비된다.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들은 민간 채권평가사가 평가한 회사의 개별 금리(민평 금리)를 기준으로 시장에서 수요예측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의 회사채 조달 금리는 3년물의 경우 1.221%에서 1년 만에 2.699%로 급등했고 5년물은 1.596%에서 2.882%로 상승했다. 같은 날 시장을 찾은 한화솔루션(AA-)도 800억 원 규모로 모집한 5년물에서 15bp가 가산된 2.921%의 금리를 확정했다. 지난해 2.055%에 자금을 조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90bp 가까이 오른 셈이다.

금융지주사가 발행하는 채권도 3년여 만에 4%대로 금리가 치솟았다. 지난해 발행 물량이 많았던 하나금융지주는 심지어 회사채 미매각을 겨우 면하며 최대 4,000억 원을 조달하려는 계획을 접었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17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세아창원특수강은 안정적 실적과 우수한 재무제표로 모집액 대비 3배 가까운 매수 주문을 받았지만 발행금리를 낮추는 데 실패했다. 동일 신용등급을 보유한 CJ프레시웨이는 1,000억 원 모집에 520억 원어치 주문을 받는 데 그치면서 절반에 가까운 물량이 미매각됐다. 시장 상황이 악화되자 이달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던 한솔제지(A+)는 수요예측 일정을 연기하기도 했다.

국고채 금리 상승세와 연초 추가경정예산 편성까지 맞물리자 채권 중 위험이 가장 큰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 부담이 커진 때문이다. 발행금리 기준점이 높아지면 그동안 금리가 낮은 채권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평가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통 연초 회사채 시장은 기업들이 자금 조달 금리를 10~25bp씩 낮추는 등 강세를 보였지만 올해는 미매각까지 나면서 예년과 온도 차이가 큰 상황”이라며 “국고채 금리가 다시 치솟고, 기준금리도 또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 기관들이 보수적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이 올해 두세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금리 불확실성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커지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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