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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동걸 회장 무리수에 수렁 빠진 대우조선

박효정 경제부 기자





“20%라는 시장 (합계) 점유율이 기업결합 금지의 대상입니까.”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019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시장 전체를 볼 것인지 특정 선박을 볼 것인지 문제가 있지만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며 “승산은 50%가 넘는다”고도 했다.

유럽연합(EU)이 이달 13일(현지 시간) 양 사의 결합을 불허하며 이 회장의 베팅은 실패로 돌아갔다. 예상된 결과에 누구도 놀라지 않았지만 놀라운 것은 오히려 이 회장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기업결합 심사의 기본은 시장 획정이다. 경쟁 당국은 경쟁이 다르게 나타나는 각각의 시장을 먼저 쪼갠 뒤 그 시장에서 기업결합이 독과점을 얼마나 강화하는지 판단한다.



이번 심사에서 쟁점이 된 것은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시장이었다. EU는 불승인 결정을 밝히며 “당 회사의 LNG 선박 시장점유율 합계는 적어도 60%가 돼 그 자체로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과 산은이 본계약을 체결할 때도 이 수치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양 사의 2018년 LNG선 수주 점유율은 69.7%였다. 당시 조선업계에서 심사 난항을 예상했던 이유다.

하지만 이 회장은 홀로 ‘합계 점유율 20%’라는 수치를 들고 나와 베팅했고 실패했다. 처음부터 질 패를 던져놓고 우리 경쟁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의 늦은 심사를 탓한다면 엉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조차 “공정위가 기업결합에 퇴짜를 놓았다면 나머지 국가 심사에도 영향을 줬겠지만 자국 기업에 유리한 결정은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무리수를 두는 사이 대우조선해양은 부활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1조 2,939억 원에 달했다. 부채비율은 2018년 말 210.4%에서 지난해 9월 말 297.3%로 악화했다. 이 회장은 앞서 “합병이 잘못되면 직을 내려놓겠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다음 수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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