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에 속도를 내면서 지난해 신재생공급인증서(REC) 거래액이 1년 새 두 배 가까이 급증한 사상 첫 4조 원대를 기록했다. 대형 발전사들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비율을 맞추기 위해 태양광 사업자 등으로부터 구매하는 REC는 전기요금 인상의 요인이 된다. 정부가 오는 2026년까지 RPS 비율을 올해의 두 배 수준으로 늘리기로 하면서 REC 구매 증가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속도도 가팔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REC 구매 비용은 2020년 2조 3,834억 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4조 5,023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 REC 거래액 1조 1,528억 원과 비교하면 2년 새 네 배가량 폭증한 수치다.
이 같은 REC 거래액 급증은 정부가 시장가격 대비 높은 REC 고정계약 비중을 늘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REC 수익을 노린 태양광 사업자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며 REC 현물거래 가격이 폭락하자 최근 2년 새 대형 발전 사업자들에게 현물가격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고정가격으로 REC를 구매하게 했다. 정부의 ‘태양광 과속 보급’ 정책으로 REC 가격이 급락하자 발전 공기업 예산으로 민간사업자의 수익을 보전하도록 한 셈이다.
2012년 2.0%였던 RPS 비율은 매년 0.5~1.0%포인트가량 늘면서 5년 전만 해도 1㎿h당 REC 현물가격이 10만 원대를 넘어서는 등 태양광 사업자들은 막대한 수익을 누렸다. 정부가 고정거래 비중을 늘리지 않더라도 신규 태양광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잇따랐다. 하지만 과도한 인센티브로 REC 공급이 대폭 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REC 현물가는 2016년 12월 16만 7,272원을 기록한 뒤 공급 과잉이 발생한 이듬해부터 가격이 하락해 2020년 12월 3만 4,814원까지 폭락했다. 가격 급락의 여파로 2019년 REC 거래액은 1조 1,528억 원으로 2018년(1조 1,743억 원)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정부는 시장가격보다 높게 REC 값을 쳐주는 고정거래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에 따라 2019년 7,182억 원이던 REC 고정거래액은 2020년 2조 19억 원으로 1년 새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정부는 올 상반기 1㎿h당 REC 입찰 결과 REC 고정거래가격을 현물가격인 3만 3,400원보다 두 배 이상 높은 7만 1,947원으로 책정했다. 올 하반기 REC 고정거래가격 입찰 가격에서도 REC 고정거래가격을 6만 1,210원으로 현물가(3만 9,700원) 대비 50% 이상 높게 책정했다. 지난해 물량기준 REC 고정거래 규모는 3,055만 9,757건으로 현물거래(1,018만 7,788건)의 세 배 수준이지만 금액기준 시 고정거래(4조 1,421억 원) 규모가 현물거래(3,601억 원)의 열 한 배 이상이다.
REC 거래액은 앞으로도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12.5%인 RPS 비율은 오는 2023년 14.5%에 이어 2026년에는 25.0%까지 매년 가파른 상승 폭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결국 이 같은 REC 거래액 증가는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전기요금에 REC 구매 비용 등을 ‘기후환경요금’ 명목으로 징수한다. 올해 기후환경요금 인상분은 1㎾h당 2원으로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5년 뒤 기후환경요금 인상분도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