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생산하는 이차전지 분리막이 ‘유럽의 신성’으로 떠오르는 노스볼트의 전기차용 배터리에 탑재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SKIET는 SK온·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와 일본 파나소닉에 이어 유럽 배터리 회사로 고객 다변화에 성공하며 분리막 시장에서 선두적인 입지를 다지게 됐다. 배터리 안전성을 결정짓는 분리막은 양극재, 음극재와 함께 주요 배터리 소재 중 하나로 꼽힌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SKIET는 최근 노스볼트를 신규 고객사로 추가했으며 분리막 공급 물량과 기간 등을 놓고 협의 중이다. 노스볼트는 지난해 12월 말 유럽 기업으로는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 셀 생산에 성공했다. 본격적인 배터리 양산을 시작하면서 분리막을 비롯한 주요 소재를 공급받는 데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웨덴에 첫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 노스볼트는 독일 등지로 생산기지를 확대하며 유럽 내 최대 배터리 셀 업체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스웨덴 기가팩토리는 올해 100만대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연 60기가와트시(GWh)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오는 2030년까지 총 생산능력을 150GWh로 대폭 높이겠다는 것이 노스볼트의 계획이다. 독일 폭스바겐은 지난 2019년 노스볼트 지분 20%를 인수했으며 지난해에는 140억달러(약 16조7,000억원)에 달하는 배터리 셀 물량을 노스볼트에 선(先) 주문한 상태다.
향후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노스볼트를 신규 고객사로 확보한 SKIET는 분리막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굳힐 수 있게 됐다. SK온·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와 일본 파나소닉에 분리막을 공급하며 품질을 인정받은 데 이어 유럽 배터리 회사로의 고객 다변화에도 성공한 것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SKIET는 글로벌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2020년 기준 점유율 26.5%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아사히카세이(23.7%), 도레이(23.6%) 등 분리막 역사가 더 오래된 일본 소재 업체도 따돌린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노스볼트는 물론 ACC 등 다른 유럽 배터리 업체에도 분리막을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SKIET는 지난해 4분기 들어 폴란드 제1 공장의 상업 가동을 시작하며 유럽에서 처음으로 분리막을 생산하는 업체가 됐다. 폴란드에서 4공장까지 증설하는 데 2024년까지 총 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 중국, 유럽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는 가운데 SK온의 미국 투자 확대에 발맞춰 미국 현지에도 분리막 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도레이와 손잡은 LG화학이 2024년부터 유럽에서 분리막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배터리 셀은 물론 배터리 소재를 둘러싼 LG그룹과 SK그룹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 측은 노스볼트로의 분리막 공급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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