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동네 축구, 조기 축구라면 성인 남성 몇 명이 어슬렁대고 무작정 공을 쫓아가는 모습을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무근본 축구’는 이제 아마추어 세계에도 좀처럼 통하지 않는다. 아마추어 동호인들도 프로 선수 못지않게 체계적인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움직이는 시대다. 축구 정보 분석 솔루션 개발업체 유비스랩은 스포츠 데이터 분석 시장 변화의 중심에 있는 스타트업이다.
유비스랩의 황건우(사진)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와 만나 회사를 “스포츠 경험의 미래를 창조한다는 목표로 설립된 곳”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 첫 발을 뗀 유비스랩은 축구 데이터 분석 기기 ‘사커비’(Soccerbee)를 개발해 2019년 상품화시켰다. 사커비는 GPS 등 기술을 이용해 선수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EPTS(Electronic performance and tracking systems) 기기다. 몸에 부착하고 경기를 하면 이동 거리, 최고 속도, 평균 속도, 스프린트 횟수, 활동 범위 등 정보를 스마트폰에서 간단하게 내려받을 수 있다. 프로 선수들이 수천만원이 넘는 고가의 장비를 통해 측정하는 정보를 일종의 ‘보급형’인 사커비는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가격과 접근성의 문턱을 낮췄다.
아마추어 장비로는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인증을 받아 신뢰도 끌어 올렸다. 황 대표는 “프로 선수들의 장비와 사커비의 차이는 DSLR과 ‘폰카’(스마트폰 카메라) 간의 관계와 같다”며 “핵심 기능은 같지만 사커비는 좀 더 대중적으로 만드는 데 초점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대표가 축구 시장에 뛰어든 계기는 단순하다. ‘축덕’(축구 마니아)인 그는 축구를 잘하고 싶다는 갈증이 창업으로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능력을 끌어 올리려면 현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해야 하는데 마땅한 제품을 찾기 힘들어 직접 만들어보자고 결심해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새 회사를 세웠다.
서비스를 선보인 지 3년밖에 안됐지만 빠르게 커 나가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매년 제품 판매량은 4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이미 국내 축구 동호인들 사이에선 탄탄하게 입지를 다졌다. 아울러 학생 선수들도 ‘가성비’ 좋은 사커비 제품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 나온다.
일각에선 성장의 한계를 지적한다.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한 상품의 시장성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문이다. 하지만 점차 넓어지는 축구 환경 등을 감안하면 승산은 충분하다고 황 대표는 생각한다. 그러면서 미국의 웨어러블 회사 핏빗(Fitbit)의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고 했다. 핏빗은 웨어러블에 대한 개념이 희박한 2007년 설립돼 현재 웨어러블 시장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회사다. 황 대표는 “과거 핏빗을 보고 지금처럼 구글이 2조 원을 들여 인수하는 걸 상상하긴 쉽지 않았다”며 “아마추어 장비 시장도 지금은 시장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있지만 성장의 초기 단계라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유비스랩은 지난해 영국 국제통상부(DIT)에서 주관하는 글로벌 기업가 프로그램(GEP)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GEP는 영국 정부의 플래그십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 혁신 창업가와 기업을 발굴해 효과적으로 기업이 도약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영국 현지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해외 시장 진출에 기틀을 마련하게 된 셈이다. 유비스랩은 당시 일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기술력과 시장 잠재성 등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 황 대표는 “사커비는 영국의 월드컵 최초 우승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면서 “올해 영국 미국 등 스포츠 산업 선진국으로 확장을 시도해 성장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