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창업 40주년을 맞은 신한금융그룹은 빅테크에 맞서 차별화된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빅테크가 아직 진출하지 못한 금융 영역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동시에 비금융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고객 접점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 등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고객과의 접점 강화, 전략적 투자 및 제휴, 내부 인적 역량 제고 등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계열사별로 보면 신한은행은 올해 기업금융의 디지털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기업 인터넷뱅킹과 자금관리(CMS) 채널의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기업 고객군별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플랫폼과 연계해 재무 분석 리포트, 기업 특화 대출 등 BaaS(Bank as a Service)를 제공하는 등 기업뱅킹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카카오·네이버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기업금융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은행으로서 강점을 살려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행보다.
빅테크에서 성공 가능성을 엿본 트렌드를 적용하는 데도 적극적인 분위기다. 초보 투자자 전용의 심플 모드인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개발하고 있는 신한금융투자가 대표적이다. 기존 MTS 대비 기능을 간소화하고 직관적 화면을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같은 시도를 두고 업계에서는 토스증권을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토스증권이 ‘쉬운 투자’를 내세워 이용자를 대규모 확보해 출시 일 년도 채 안 돼 MTS 이용자 수 기준 업계 3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증권 역시 직관적이고 쉬운 인터페이스를 바탕으로 한 서비스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금융 서비스 외에 비금융 영역으로 디지털 서비스를 확대하는 행보에도 올해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계열사 가운데서는 신한은행의 배달 플랫폼 ‘땡겨요’가 가장 진행 속도가 빠르다. 신한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해 주문과 결제 과정에서 데이터 확보에 나섰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가맹점주, 배달 라이더를 대상으로 특화된 금융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신한카드는 고객이 소장한 물건, 간직하고 싶은 순간 등을 대체불가토큰(NFT)으로 등록 가능한 ‘My NFT’ 서비스를 출시해 운영 중이다. 신한라이프는 인공지능(AI) 모션 인식 기반 홈트레이닝 플랫폼 ‘하우핏’에 이어 건강 의료 정보와 금융 정보를 융합해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헬스월렛’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신한금융 측은 디지털 생태계를 선도하겠다는 조용병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입장이다. 조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그룹사의 디지털 플랫폼 전반을 ‘바르게, 빠르게, 다르게’ 운영해 빅테크나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자”고 촉구했다. 지주 차원에서 핵심 기술과 후견 그룹사를 매칭해 협업 과제를 발굴하고 사업성을 점검하는 후견인제도를 올해 디지털 전환 핵심 과제 발굴 및 추진에 더 집중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룹 디지털 전환(DT) 추진 플랫폼’을 신규 구축해 필요한 자원을 적시에 지원해 사업 추진력도 강화한다.
디지털 분야에서 기술력 및 서비스를 확보한 유망 벤처기업 및 스타트업, 예비 기업에 투자도 강화한다. 신한금융은 국내 금융사 중 처음으로 디지털 전략적 투자(SI) 펀드인 ‘원신한 커넥트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를 조성했다.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신한라이프 등 주요 그룹사가 출자자로 참여해 총 3,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펀드 운용(GP)은 신한캐피탈이 맡았다. 투자 대상은 ABCD 기술(AI, 블록체인, 클라우드, 데이터), 비금융 컨텐츠/플랫폼 등 다양하다. 국내 기업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도 투자받을 수 있다. 신한금융은 이 펀드를 통해 △미래 시장 선점 △비금융 플랫폼 연계를 통한 그룹 T&T(Traffic & Transaction) 확대 △그룹사 핵심 디지털 사업 활성화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신한금융 측은 “경쟁 금융그룹뿐만 아니라 빅·핀테크와 디지털 경쟁에 앞서기 위해 최고디지털책임자(CDO)로 김명희 부사장을 신규 영입했다”며 “비즈니스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현업 직원들을 ‘디지털 시티즌’으로 육성하는 등 디지털 인재의 저변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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