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둔 지난주 국내증시는 말 그대로 공포 그 자체였다. 코스피는 올들어 10% 넘게 급락했고 코스닥이 15% 폭락해 글로벌 증시에서 하락률 1위를 차지하는 등 국내 증시는 최악의 1월을 보냈다. 설 연휴 직전에 마감한 미국 뉴욕증시가 애플의 사상최대 실적으로 급반등하며 시장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신중론이 대세다. 미국발 긴축정책과 원·달러 환율 1,200원 돌파, 기업 실적 둔화 우려, 지정학 리스크 등 수많은 악재가 국내 증시를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설 연휴 후 코스피가 최소 2550선에서 최대 3000선까지 등락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코스피 지수 전망치를 내놓은 주요 증권사(KB증권·NH투자증권·대신증권·코리아에셋투자증권·하이투자증권)들의 밴드 상단 평균은 전 고점인 2880선으로 집계됐다. 코리아에셋증권이 3000으로 가장 높았고, KB증권이 2550으로 가장 낮았다. 대신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의 상단 추정치는 각각 2880과 2950이었다. NH투자증권은 2700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이 상단을 2880선으로 제시한 것은 그간 시장을 짓누른 악재가 설 연휴 이후 해소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국내 증시에 큰 충격파를 준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월 정례회의가 끝났고 사상 최대어로 시장 수급 불균형을 초래한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등 대형 이벤트 이슈가 마무리되고 있다는 전망에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낙폭과대에 대한 인식만 유입되면 기술적 반등은 가능해 보인다”며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10배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이 2780 ~ 2800선에 위치해 있음을 감안할 때 2600선은 저평가 영역에 위치했다고 본다. LG에너지솔루션 27일 상장으로 KOSPI의 차별적인 약세를 야기했던 수급 부담도 잠시나마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금융위기 이후 PBR 배수가 1.0배를 하회한 경우는 2016년 초 중국증시 하락, 2018년 하반기미중 무역분쟁, 2020년의 코로나 사태 뿐이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나 크레딧 리스크 등 통제 불가 변수가 추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현 상황에서 PBR 1.0 이하 수준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다만 국내증시가 설 연휴를 맞아 2일까지 휴장에 들어갔음에도 글로벌 증시의 변수가 많은 만큼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우려는 우크라이나발 지정학 리스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서방이 대립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지난 26일 러시아의 안정보장 요구를 일축하면서 양측 관계는 일촉즉발의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우발적인 충돌로 전쟁이 현실화할 경우 국제유가 상승 등 자원의존도가 높은 국내증시는 또 한 번 메가톤급 충격파를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설 연휴에도 계속되는 S&P 500기업들의 실적도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미 기업들의 실적은 현재까지 견조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달 27일 기준 실적을 공개한 100개 기업들 중 79%가 예상보다 양호한 매출을 기록했고 81%가 기대치를 웃도는 이익을 발표했다. S&P500 기업들의 4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2.5%, EPS는 24.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지정학 리스크와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 국내 기업 실적 둔화 우려 등 시장의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경민 연구원은 “코스피 단기 반등은 가능하지만 전략적으로는 리스크 관리 강화를 권고한다”며 “특히 코스피가 2,800선을 넘어서고 2850선에 근접하거나 넘어설수록 현금비중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