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규모를 두 배 이상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무리한 확장 재정이 오히려 저소득층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금융통화위원의 지적이 나왔다. 정부 여당의 막무가내식 돈 풀기가 물가 상승을 유발해 근로소득에 의존하는 저소득층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3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지난달 14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당 규모의 확장 재정이 예정돼 있는 만큼 재정 측면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코로나19 이후 과잉 공급된 유동성은 공급 병목 등과 맞물리면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당 위원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자산이 많은 고소득층보다 근로소득에 의존하는 저소득층에 가중된다는 점에서 정부 이전지출의 소득 불균형 보전 효과가 인플레이션에 의해 일정 부분 상쇄될 수 있다”며 “가능한 한 취약 부문에 집중하면서 규모를 조절하는 방향으로 재정이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현금성 지원이 오히려 물가 상승을 부추기면서 저소득층에 부담만 안겨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금통위원 역시 연초 추경 편성으로 국고채 시장에 과도한 변동성이 발생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내 금융 시장에서는 추경 관련 논의가 국고채 금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한은 담당 부서도 “추경 규모나 자금 조달 방식 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추경 논의가 이어지면서 금리가 크게 영향 받았던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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