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 거주하는 김 모 씨는 어머니가 5만 원권 지폐를 보관하겠다며 땅속에 묻었다가 낭패를 겪었다. 땅속 습기로 돈에 곰팡이가 피면서 4275만 원이 모두 훼손된 것이다. 서울에 사는 조 모 씨는 시장에 불이 나는 바람에 1억 445만 원어치 5만 원권이 불에 타버리는 일을 겪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손상돼 한국은행이 지난해 폐기한 화폐만도 4억 352만 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낱장을 이어붙이면 경부고속도로를 60번 왕복할 정도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중 손상 화폐 폐기 규모’에 따르면 지난해 한은이 폐기한 손상 화폐는 4억 352만 장으로 액수는 2조 423억 원 규모다. 한은은 환수된 화폐 중에 훼손이나 오염 등으로 통용하기 적합하지 않으면 손상 화폐로 판정해 폐기 처리한다. 다만 지난 2020년 6억 4256만 장(4조 7644억 원) 대비 2억 3904만 장(-37.2%) 감소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감염 방지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화폐를 폐기했으나 지난해는 시중 화폐 수요가 바뀌면서 손상 화폐 규모가 크게 줄었다.
지난해 은행권(지폐) 폐기량은 3억 4419만 장(2조 366억 원)으로 천 원권이 1억 5960만 장으로 전체의 46.4%를 차지했다. 만 원권(1억 5530만 장)이 45.1%, 5천 원권(2530만장)이 7.3%, 5만 원권(390만장)이 1.1% 등으로 뒤를 이었다. 비현금 지급 수단 발달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비대면 거래 확대로 은행권 환수가 부진하면서 손상 화폐도 줄었다. 주화(동전) 폐기량은 5933만 장(57억 3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주화는 시중 주화 수요 감소로 환수량이 급증하면서 100원화 등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74.1% 늘었다.
한은은 화재 등으로 은행권 일부 또는 전부가 훼손돼 사용할 수 없으면 교환한다. 남아 있는 면적이 4분의 3 이상이면 액면 금액 전액을, 5분의 2 이상에서 4분의 3 미만이면 반액으로 바꿔주고 있다. 남은 면적이 5분의 2 미만이면 무효로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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