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봉하마을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광주를 찾아 표심을 다졌다. 이들 두 후보의 행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연계시킨 것으로 대선 D-30을 앞두고 전략적인 행선지여서 눈길을 끌었다.
이 후보는 이틀간의 일정으로 부산·울산·경남을 누비며 ‘영남·호남·제주’를 묶는 남부권 초광역 단일경제권 공약을 내걸었다. 영호남·제주까지 남부권을 엮어 북진 전략을 펴는 모양새다. 전날 제주에서 일정을 시작해 이튿날 광주를 찾은 윤 후보는 호남 구애를 이어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기록한 호남 득표율 10%를 넘기고 20%까지 안착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광주에 대한 지역 공약을 쏟아냈다.
이 후보는 이날 부산을 방문해 가덕도신공항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기본 계획 수립에 곧장 돌입하고 부산·울산·경남 어디에서나 닿을 수 있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급의 철도망을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후보는 부산 공약 발표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꿈꾸고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메가시티의 중심으로 부산의 위상을 다시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가덕도신공항의 오는 2029년 개항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가덕신공항 건설공단, 가덕신공항공사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2030부산세계박람회의 유치 성공 기반 마련도 다짐했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뒤 이 후보는 “영남·호남과 제주를 묶는 남부권을 초광역 단일경제권, 이른바 ‘메가리전(Mega-region)’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 후보는 “김대중 정부가 ‘수도권 동북아 중심 구상’으로 글로벌 선도 국가로 비상할 초석을 만들었다면 노무현 정부는 ‘충청권 행정수도’로 국토 균형 발전과 자치분권의 길을 열었다”며 “저 이재명은 두 분 대통령의 뜻을 창조적으로 계승해 ‘남부수도권’이라는 비전을 완성하고 대한민국을 세계 5대 강국의 반열에 올려놓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특히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참혹했던 순간을 잊기 어렵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묘소로 다가가 무릎을 꿇은 뒤 몸을 떠는 것이 그대로 보일 정도로 소리 없이 흐느꼈다. 면장갑을 낀 채로 눈물을 한 차례 닦기도 했다. 전날 제주를 방문한 윤 후보가 해군 기지를 건설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울먹인 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됐다. 윤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진보 진영의 반대를 무릅쓰고 해군 기지를 건설한 데 대해 “고뇌와 결단을 가슴에 새긴다”며 보수 후보의 틀을 깨는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광주로 이동한 윤 후보는 첫 일정으로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 일부 시민 단체의 반발로 추모탑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 멈춰서 참배하는 데 그쳤지만 윤 후보는 “5월 정신이라는 것이 피로 민주주의를 지킨 것이기 때문에 국민 모두 5월 정신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호남 공들이기를 이어갔다. 그는 “5월의 정신은 항거의 정신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통합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는 “광주는 제게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라며 “광주를 발전시켜 나가면서 국민의힘도 함께 변화시키고 바꾸겠다”고 말했다. 그는 2003~2005년 광주지검에서 근무한 경험을 언급하며 “2년간 광주에 근무하며 많은 분과 정을 쌓았다. 호남이야말로 제 고향은 아니지만 특별하게 애정을 느끼는 곳”이라며 “광주시민께서 소중히 지켜오신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가 되겠다”며 “국민이 주인과 되고 국민의 마음과 동행하는 국정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공약 보따리도 풀었다. 보수 정당의 무덤으로 불렸던 호남을 대선 요충지로 보고 △국가 AI데이터센터 구축 △광주~영암 초(超)고속도로 건설 △광주~대구 달빛고속철도 조기 착공 등도 약속했다. 광주~영암 초고속도로의 경우 광주와 포뮬러원(F1) 경기장을 갖춘 영암을 잇는 47㎞ 구간을 독일의 자동차 전용도로 아우토반처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도심에 위치한 광주공항 이전 공약도 내세웠다. 광주 민간 공항의 기능을 무안국제공항으로 통합해 도심 공동화 현상을 제거해 분절된 도시 생활권을 하나로 연결하겠다는 목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