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것)’ 가능성에다 대규모 ‘정치 추가경정예산’ 우려까지 덮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해만 0.8%포인트 급등했다. 한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 연말 주담대 최고 금리가 7%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10일 기준 주담대 변동 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58∼5.23% 수준이다. 지난해 말(3.71∼5.07%)과 비교하면 상단이 0.16%포인트 높아졌다. 고정 금리 상품은 금리가 더 가파르게 올랐다.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같은 기간 연 3.60∼4.98%에서 4.06∼5.77%로 불과 40일 새 최저 금리가 0.46%포인트, 최고 금리는 0.79%포인트나 상승했다.
이는 한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에다 국내에서는 추경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채권 금리가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 시간) 시카고선물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에 반영된 미국의 3월 0.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은 한때 약 97%까지 치솟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린 것은 2000년이 마지막이었다. 한국 정부는 14조 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 최대 50조 원까지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적자 국채를 대거 발행할 수밖에 없다는 예측에 국채 금리가 오르고(국채 가격 하락) 이는 국내 대출 금리와 연동된 금융채 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다.
실제 주담대 변동 금리의 지표가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달 17일 1.69%로 전월보다 0.140%포인트 올랐다. 주담대 고정 금리의 지표로 활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도 11일 2.79%(민평 평균 기준)로 지난해 말 2.26%에서 한 달 남짓 만에 0.53%포인트나 급등했다.
문제는 대출 금리 상승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당장 15일 나오는 1월 기준 코픽스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주담대 변동 금리의 준거 금리가 되는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대출에 쓰일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얼마나 비용(금리)을 들였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 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되는데 지표에 영향을 미치는 비중을 따지면 예·적금이 70∼80%에 이른다. 그런데 지난달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자 시중은행들도 일제히 예금 금리를 0.3%포인트 안팎 올렸다. 따라서 1월 기준 코픽스는 12월 기준(1.69%)보다 높아져 1.7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의 금리도 연말까지 최소 0.5%포인트 이상 추가 인상돼 대출 금리를 끌어올릴 것으로 우려된다. 현실화하면 현재 최고 5% 후반인 주담대 금리는 연말께 6% 중반까지 오를 수 있다. 한은이 만약 0.75%포인트를 올리면 대출 금리는 6% 후반이나 7%를 넘어설 수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가계 대출 구조는 취약한 실정이다. 한은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중 고정 금리 비중은 지난해 12월 현재 23.9%로 2014년 4월(23.8%) 7년 8개월 만에 최저였다. 가계대출 중 80% 가까운 금액이 시장금리 변동에 노출돼 있다는 뜻으로 가계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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