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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법 폭탄 맞을라…지배구조 공시 강화에 불안한 기업들

미등기임원 공시 의무화 가능성

중대법과 맞물려 책임경영 부각

총수일가 처벌 여론 조성될 수도

美선 ESG공시 관련 소송도 증가

"경영 불확실성 크게 높일 수 있어

면책조항 도입 등 적극 고려해야"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지배구조 관련 신규 공시 항목을 의무화하겠다고 나서면서 기업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총수 일가의 미등기임원 재직 현황’ 공시가 의무화되면 최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과 맞물려 ‘총수 일가’가 실질적인 경영 행위에 참여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여론이 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14일 ‘2022년도 업무계획’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해 지배구조 관련 공시 항목을 발굴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발표 당시 처음으로 ‘총수 일가의 미등기임원 재직 현황’을 포함한 점을 고려하면 해당 내용의 공시가 의무화될 가능성이 높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총수 일가가 등기임원으로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미등기임원으로 다수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은 ‘책임 경영’ 측면에서 다소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과정에서 이러한 공시가 ‘총수 처벌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는 처벌 대상이 되는 경영책임자를 ‘형식상의 직위나 명칭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대표이사가 아닌 미등기임원이라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총수 본인 미등기임원 겸직 사례로는 이재현 CJ그룹 회장(5개), 정창선 중흥건설그룹 회장(11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6개),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5개), 정태순 장금상선 회장(4개) 등이 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등 책임 소재를 따지는 규제가 많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공시 강화는 불확실성을 크게 높이는 요인”이라며 “시민단체들은 공시를 활용해 ‘책임 경영을 회피한다’는 명분으로 기업 비난 여론을 조성할 테고 또 다른 어떤 규제가 강화될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공시 의무화 자체로 인한 소송도 증가하는 추세다. 기업이 공시에서 허위·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제공했거나 정보를 누락했다는 이유에서다. 윤승영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ESG 공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송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해 감독 당국이 면책 조항의 도입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정위 관계자는 공시 강화와 관련해 “부당내부거래 자율 감시라는 공정위의 목적에도 맞고 ESG 평가기관도 활용할 수 있는 공시 항목을 발굴할 계획”이라며 “최근 ESG 관련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도 지배구조를 개선했을 때 좋은 평가를 받고 이것이 투자로 이어질 수 있으니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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