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기에 국제 유가가 90달러를 넘어 100달러로 향해가면서 수입 물가가 석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원유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국제 유가 상승은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등 경제 전반에 치명적이다. 특히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경상수지와 무역수지에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올해 1월 수입물가지수는 132.27(2015=100)로 전월 대비 4.1% 상승했다. 지수 기준 2012년 10월(133.69) 이후 9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수입 물가는 지난해 11월(-1.0%)과 12월(-2.0%)에 하락세를 보였으나 국제 유가 재상승에 석 달 만에 오름세를 나타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30.1% 상승하면서 11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입 물가가 다시 오른 것은 두바이 유가가 지난해 12월 배럴당 73.21달러에서 올해 1월 83.47달러로 14.0%나 올랐기 때문이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52.3%를 기록했다. 이에 수입 물가 중에서도 스테인리스냉연강판(23.7%), 제트유(17.7%), 수산화알루미늄(10.5%) 등이 주로 올랐다.
수출물가지수는 116.01로 전월 대비 1.4% 올라 석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전년 동월 대비 22.3% 오르면서 12개월 연속으로 상승했다. 농림수산품이 전월 대비 1.6% 올랐고 공산품이 1.4% 올랐다. 하지만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가격은 5.9%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 관계자는 “백신 보급이 확대되면서 비대면 수요가 감소했고 공급망 차질로 인한 수급 차질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기에 국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배럴당 100달러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원유소비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가장 많아 원유 의존도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올해 국제 유가가 연평균 100달러 수준을 기록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포인트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전방위적인 물가 확산세가 나타나는 가운데 국제 유가마저 급등하면서 한은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대로 높일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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