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과 같은 포퓰리즘 정책과 진영 논리가 난무하고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우리 경제는 앞으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습니다.(김인준 서울대 명예교수. 지난 10일 경제학공동학술대회)”
대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선 후보들마다 쏟아낸 공약은 김 명예교수의 지적처럼 진영 논리에 빠진 채 실현 방안은 허술한 것으로 평가됐다. 코로나19 여파로 각종 경제지표들은 경고음을 내고 있지만 집권 이후 청사진은 온통 장밋빛뿐이다. 반년 넘도록 서로 경쟁하듯 내놓은 공약 중 핵심만 추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마저 각론은 부실한 형편이다. ‘경제 뇌관’을 풀 해법은 없이 선거 국면에 유리한 선심성 공약만 내놓은 결과다.
서울경제는 한국선거학회와 공동으로 대선 D-100, D-50에 맞춰 공약 포퓰리즘 척도를 조사한 데 이어 대선 막바지까지 파편화된 공약을 뜯어보고 실현 가능성을 따져볼 예정이다. 후보마다 경제 회복과 성장을 최우선으로 내놓고 있는 만큼 경제 부문 공약 진단부터 살펴본다.
16일 선관위에 등록된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공약’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수출 1조 달러, 국민소득 5만 달러 달성, 주가지수 5000으로 세계 5강 달성’ 공약을 내놓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주가지수 5000 달성이다. 이 후보는 지난해 말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시장 불투명성을 초래하는 부정행위만 단속해도 주가지수가 5000까지 순식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지만 불공정 개선만으로 주가 상승을 장담하기에는 무리수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이 후보는 세부 사업 재원에 대해 명확한 편이지만 구체적인 방안에는 우물쭈물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지지 않고 규제 혁신으로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노동 개혁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업 성장을 통해 ‘민간 주도 일자리 창출’도 전면에 내걸었다. 세제와 자금 지원으로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중소·중견·대기업으로 성장시키고 그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윤 후보가 내놓은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은 ‘양입제출(수입에 맞춰 지출을 정하는 방식)’에 벗어나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비용 추계 보고서에도 “선언적·권고적인 형식으로 규정되는 등 기술적으로 추계가 어렵다”고 지적됐다. 이 사무총장은 “윤 후보의 경제 공약은 개별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 자체를 명확히 추계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도 이·윤 후보의 경제 부문 공약을 평가한 결과 “공약이 대부분이 선언적인 내용으로 세부 정책을 비교하기 어렵다”며 “현재보다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불공정한 경제구조 개혁에 방점을 찍었다. 심 후보는 2030년까지 녹색 공공 투자 500조 원을 확보하겠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호 공약으로 ‘5.5.5 신성장 전략’을 내세웠다. 5대 초격차 기술로 글로벌 대기업 5개를 육성하고 5대 경제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내용이다.
결국 문제는 장밋빛 목표를 실현시킬 방안이다. 이들 후보는 경제 공약에 필요한 재원 조달 방안은 약속이라도 한 듯 규제 개혁, 세출 구조 조정 등에 국한된 채 이행 방안을 설명한 후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사무총장은 “공약을 국정 운영 계약이라고 보지 않고 산타클로스 선물 보따리로 보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선거학회장인 강우진 경북대 교수도 “집권 이후 워룸을 준비하겠다는 식의 위기 대처 방안부터 제시해야 한다”며 “장·단기 경제 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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