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계의 최대 이슈는 단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배달 폐기물 급증으로 환경의 중요성이 부각하면서 자원을 잘 쓰는 만큼 버리는 일 또한 중요해지고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까지 폐기물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배경이다. 폐기물 스타트업 리코는 그 중 대표 주자로 언급되는 업체다. 폐기물 플랫폼 ‘업박스’를 통해 빠른 성장을 보인 리코는 대규모 투자 유치를 발판으로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20일 리코의 김근호(사진) 대표는 서울경제와 만나 “최근 산업계에서 폐기물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바뀌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폐기물을 단순히 리스크 차원에서 보지 않고 ESG 기획 및 마케팅 요소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탈 없이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일만 살폈던 기업들이 이제 폐기물을 통해 스스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폐기물 처리시장은 약 25조원으로 추정될 정도로 규모가 막대하다. 하지만 소규모 업체들이 많고 ‘깜깜이’ 정보가 만연한 곳이기도 하다. 리코는 이런 분야에서 폐기물 플랫폼 ‘업박스’를 내세워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박스는 폐기물을 배출자와 수거처리자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배출 데이터 및 비용 분석 등을 공개한다는 점이 기존 시스템과 차별화된다. 이에 배출업체 입장에서는 배출량을 관리하고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운반업체는 고객 기반을 넓힐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주요 대기업들과 투자업계가 리코를 주목하는 주된 배경이다. 리코는 지난해 연말 120억 원의 시리즈B 투자(총 누적투자 155억원)를 이끌어 냈으며, SK에코플랜트와 ‘스마트 자원순환체계 구축’에 나서는 등의 협약을 맺은 상태다.
리코는 음식물 폐기물 분야에 주력해왔다. 음식물 폐기물 시장은 약 8,000억원으로 추정돼 규모가 가장 작은 곳으로 알려지지만 대신 접근성은 가장 높다는 판단때문이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모이고 소비하는 곳에 음식은 빠지지 않고 폐기물도 계속해서 발생하게 된다”며 “재활용률이 100%에 가까운 것도 음식물부터 시작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플라스틱, 폐지, 캔 등 영역으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으며 올해부터 사업 폐기물 전반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변모를 시도할 계획이다. 약 18조 원 규모로 국내 폐기물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에 진출해 회사 몸집을 불려 나가겠다는 생각으로 해석된다. 또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이른바 ‘업사이클링’ 분야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회사는 현재 식품공장에서 발생하는 음식 폐기물을 퇴비로 자원화해 제휴 농가에 무상 공급하고 농작물을 다시 상품화해 판매하는 순환 구조를 구축한 상태다.
해외 진출도 리코가 구상하는 목표 중 하나다. 국내의 폐기물 처리 제도는 비교적 발달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런 곳에서 갖춰진 경쟁력을 토대로 해외 진출도 시험해볼 만하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리코는 최근 KOTRA가 ‘글로벌점프 300’ 4기에 선정됐다. 글로벌점프 300은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코트라의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 사업이다. 김 대표는 외국의 법 규제 등이 달라 성급하게 나설 수 있는 건 아니라면서도 “올해 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이후 글로벌 시장 진출 또한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