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러시아가 촉발한 신냉전.. 종언 고하는 자유무역 시대[양철민의 경알못]

러시아 침공 대응해 미국 경제압박 카드 꺼내

러시아.. 중국·이란과 합동군사훈련 등 동맹 강화

진영간 대립구도 형성으로 자유무역 위축

수출 의존도 높은 한국에 악재.. 반도체 역할론 주목


**'양철민의 경알못’은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10년 넘게 경제 기사를 썼지만, 여전히 ‘경제를 잘 알지 못해’ 매일매일 공부 중인 기자가 쓰는 경제 관련 콘텐츠 입니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의 외곽에 있는 우크라이나군 시설과 장비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파괴되면서 연기를 내뿜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러시아군이 미사일 등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국경 북쪽, 동쪽과 남쪽에서 침공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난 1995년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자유무역 시대’가 30년이 채 안돼 종언을 고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은 반도체 등 핵심 품목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하며 냉전시대의 체제간 대립 구도를 21세기에 재현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중국·이란과 함께 지난달 합동 해상훈련을 실시하는 등 반미(反美) 정서가 강한 국가들과 함께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사회주의 진영은 물론 시아파 국가인 이란 외에 이라크 등과 동맹을 강화할 것으로 보여 진영 간 대립이 향후 격화될 전망이다. ‘수출강국’ 한국 입장에서는 암담한 미래가 펼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6일 통상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세계 2차대전 종전 직후부터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의 해체가 진행된 1991년까지 40년 넘게 이어졌던 국가간 무역대립구도가 30여년만에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 냉전시대 미국은 1947년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을 출범시키며 소련이나 동유럽과 같은 사회주의 진영을 배제한 ‘반쪽짜리 자유무역’ 체제를 확산시켰다. 특히 미국은 1949년 영국, 프랑스 등과 ‘코콤(COCOM)’을 결성해 군사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제품이 사회주의 국가에 수출되는 것을 금지하며 체제에 기반한 기술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미국의 압박에 당시 사회주의 진영과 자유주의 진영간 기술격차는 갈수록 벌어졌으며, 결국 주요 사회주의 국가의 붕괴로 이어지는 주요 원인이 됐다.

신냉전 시대.. 中 의존도 높은 ‘수출한국’에 마이너스


이 같은 신냉전시대 도래는 수출한국에 이익일까. 20세기 냉전 시대를 돌아보면 한국은 진영 간 대립 구도 속에서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다만 당시는 운이 좋았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수많은 요인이 한국의 경제성장을 뒷받침 했다. 우선 미국이 사회주의 진영 견제를 위해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에게 경제원조 등 전방위적 경제적 지원을 늘렸던 것이 한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실제 아시아의 ‘네마리 용(龍)’으로 불리며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한 대만, 홍콩, 싱가포르, 한국의 지리적 위치를 보면 당시 사회주의 대표 국가인 중국을 포위하는 형국이다. 똑같이 미국의 지원을 받았지만 경제성장이 뒤쳐졌던 남미 등의 사례를 놓고보면 한국 등 동북아 지역 특유의 높은 교육열이 이 같은 빠른 경제성장의 주된 비결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의 성공적 무역 전략도 한국이 빠른 경제성장을 이뤄낸 비결 중 하나다. 중남미 국가는 수입대체산업화 모델을 택했지만 내수용제품의 낮은 품질 등으로 1960년대부터 경제성장이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했다. 반면 박정희 정부는 수출주도산업화 모델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산업 지원책을 내세우며 수출 한국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한다. 수출 보조금 지급 등은 GATT에 어긋나는 조치였지만, 사회주의 국가 견제에 힘을 쏟았던 미국이 어느정도 이를 눈감아주며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 이외에도 중국이 대약진운동과 문화혁명 등 내부 문제로 경제가 뒷걸음 쳤던 것, 한국의 자동차·조선·반도체·철강을산업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기업가 정신’ 및 관료들이 내놓은 탁월한 경제정책 등도 한국이 수출강국이 된 비결로 꼽힌다.

삼성 반도체 공장


반면 30여년만에 재구축된 냉전 구도는 수출 주도의 한국경제에 확실한 악재다. 이전의 냉전시대와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중국의 위상이다. 한국은 1992년 중국과 수교를 맺으며 ‘거인의 등에 올라탄’ 효과를 기반으로 최근 30여년 동안 꾸준한 성장을 이뤄왔다. 한중 수교 당시인 1992년 대 중국 수출액은 26억 달러에 불과했던 반면 지난해 한국의 대 중국 수출액은 1629억달러로 전체 한국 수출의 25%에 달한다. 한국의 중국 수출액이 30년새 60배 이상 높아진만큼, 중국과의 무역 중단 시 한국이 입을 손실 규모는 이전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SK하이닉스의 D램 공장 및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공장이 중국에 자리해, 미국이 러시아에 이어 중국산 제품 수출규제까지 강화할 경우 이들 공장의 이전까지 고려해야 한다. 미국 또한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우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나서는 등 경제적 실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파운드리는 반사이익.. 반도체 전체 수요는 감소 전망


일각에서는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발맞춰 대만 침공에 나설 경우 한국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대만에는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TSMC 본사가 자리하고 있으며, 특히 5나노 이하 초정밀 반도체는 TSMC의 점유율이 70%를 웃돈다. 이 같은 5나노 이하 반도체는 TSMC 외에 삼성전자만이 생산 가능하기 때문에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들의 반도체 생산 요청이 삼성전자에 몰릴 수 있다. 인텔 또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을 통한 5나노 이하 반도체 생산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전세계적인 EUV 장비 공급 부족 및 관련 설비 구축기간 까지 감안하면 의미있는 점유율을 확보하기 까지 상당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다만 이 같은 시나리오 또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마이너스’다. 중국의 대만 침공과 함께 미국이 대 러시아 수준의 제제를 내놓을 경우 한국 반도체 업체는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처인 중국시장 공략이 불가능해 진다. 또 세계 최고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 시장이 닫힐 경우 전세계적인 반도체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