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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稅 급감에 증권거래세도 반토막…"감액추경 해야 할 판"

[연초부터 稅收 확보 비상]세수상황 어떻기에

1월 부동산 거래량 3분의 1 토막…양도세 감소 불보듯

인플레 악재까지 덮쳐…법인세·부가세수 전망도 '먹구름'

대선후 추진될 2차 추경서 세수 놓고 당정청 충돌 가능성





올해 세수에 연초부터 비상등이 켜진 것은 대내외 불확실성 때문이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글로벌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나들면서 인플레이션 공포가 기업과 가계를 짓누르고 있다. 자연히 투자와 소비 심리가 모두 위축될 수밖에 없다.

대선을 앞두고 국내 경제정책의 혼선도 좀처럼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부동산 관련 세금 제도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대선 결과에 따라 ‘거래 절벽’이 올해 내내 지속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해 역대급 ‘세수 풍년’을 겪은 정부가 올해 세수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짠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예상보다 빨랐던 경기회복 등에 따라 당초 예상(본예산 기준 282조 8000억 원)보다 60조 원 이상 많은 344조 1000억 원의 세입을 거둬들인 정부는 올해도 지난해 최종 수입과 비슷한 수준의 예산안(343조 4000억 원)을 편성했다.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원래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세수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봤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며 “대선 주자들이 선거 이후 수십조 원대 추경 편성을 약속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감액 추경’을 고민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감액 추경은 나라 살림살이가 좋지 않아 당초 예산안보다 지출을 줄이는(감액) 추경을 뜻한다.

당장 부동산 등 자산 시장을 중심으로 한 양도세가 급감할 조짐이다. 양도세는 통상 소득세의 40% 안팎으로 국가 세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1월 현재 1071건으로 전년(5772건) 대비 81.4%나 줄었다. 그나마 저가 아파트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져 서울 대단지 아파트 중에는 올 들어 거래가 1건도 이뤄지지 않은 아파트도 흔하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거래량을 봐도 2만 1582건에 그쳐 2020년(5만 8836건), 2021년(5만 9610건) 대비 3분의 1토막 수준의 거래량을 보였다.

이는 대선 이후 양도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이 바뀔 것으로 기대하는 집주인들과 집값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는 수요자들 사이의 힘겨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이 끝나더라도 자산 시장 관련 세금 제도가 빠르게 변한다는 보장은 없다. 가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집권할 경우 180석 여당을 중심으로 강력한 입법 저항이 예상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전임 정부의 부동산 철학을 부정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우여곡절 끝에 올 하반기 세법 개정안에 개정된 제도를 담더라도 최소한 올해는 과거 세법이 그대로 유지된다.



역대급 호황을 기록한 증권거래세 역시 올해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 열풍 속 지난해 증권거래세수는 15조 5957억 원을 기록해 기존 최대였던 2020년보다도 3조 2000억 원 이상 늘어났다. 2019년과 비교하면 2.6배 급증했다. 문제는 증시 활황 또한 끝나가는 모습이라는 점이다. 1월 일평균 증시 거래 대금은 20조 5278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2조 965억 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세 3대 축 가운데 하나인 법인세도 올해는 그 규모가 불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법인세 세입 예산을 지난해 실제 수입(70조 4000억 원)보다 약 4조 5000억 원가량 많은 74조 9380억 원으로 잡아놓은 상태다.

하지만 이런 예상치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고유가·고비용 문제를 반영하지 않는 것이라 대외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동안 “올해 치솟고 있는 고물가는 하반기 이후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해왔지만 이런 전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나마 우리나라 대표 산업인 반도체 업황이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삼성전자가 매출액 300조 원을 넘기는 한편 영업이익도 과거 사상 최대치였던 2018년의 58조 9000억 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이런 낙관적 분석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어떻게 달라질지 예단하기 어렵다.

부가세 전망도 불투명하다. 부가세 세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소비와 경기 심리가 어떻게 변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탓이다. 올 들어 실물 경기 지표는 대체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달 대비 1포인트 하락한 85를 기록해 두 달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향후 경기가 나쁠 것으로 보는 기업인들이 더 많다는 뜻이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지난달 한 달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 103.1을 기록했다. 표면적으로는 100을 넘기기는 했지만 향후 경기 전망, 가계 수입 전망, 현재 생활 형편 등을 묻는 구성지수는 모두 하락해 ‘체감 경기’가 부진한 모습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대선 후 추진될 올해 2차 추경에서 보다 정교한 세입 전망을 다시 내놓을 계획이다. 정부는 그동안 추경을 편성할 때 세입 예산 전망도 다시 짜 국회에 제출해왔다. 하지만 세입 전망을 지나치게 줄여 잡으면 새로 출범하는 정권의 행동반경을 줄이는 족쇄가 될 수도 있어 세수를 둘러싼 당정청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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