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난으로 현대차(005380) 러시아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되면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반도체 등 전략 물자 수출 금지가 본격화할 경우 현지 생산 공장을 구축한 현대차그룹의 손실액은 4500억 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일 현대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이 반도체 부족으로 이날부터 5일까지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러시아 리스크’가 본격화했다는 평가다. 당장은 반도체 수급 차질로 현대차의 러시아 공장이 5일 동안 가동을 중단하지만 부품을 공유하는 기아(000270)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여기에 러시아로 반도체 등을 탑재한 자동차 부품의 수출 제한이 현실화하면 현지 완성차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루블화 가치 하락도 현대차그룹의 수익 확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중 러시아 권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와 8%에 달한다. 국내·북미·서유럽을 제외하고는 각 사 기준으로 4~6번째로 큰 시장이다. 현대차·기아의 러시아 시장 내 지위도 높다.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차그룹의 시장점유율은 22.6%로 르노·미쓰비시·닛산·라다의 점유율 33.8%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현지 생산 비중도 높다. 현대차그룹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연간 23만 대 생산이 가능하다. 지난 2020년에는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연간 10만 대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인수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러시아에서 입을 손실이 4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 임은영 삼성증권 EV·모빌리티팀 팀장은 “현대차의 최대 실적 감소는 약 2000억 원으로 지난해 순이익 대비 4%, 기아의 최대 실적 감소는 약 2500억 원으로 지난해 순이익의 5%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피해를 보는 국내 수출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날 한국무역협회가 분석한 ‘우크라이나 사태 긴급 애로 접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101개 기업에서 ‘우크라이나 긴급 대책반’에 총 138건의 애로·건의 사항을 전달했다. 무역협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4일 해당 지역과 교역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긴급 대책반을 구성하고 바로 운영에 돌입했다.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긴급 대책반에 가장 많이 접수된 애로·건의 사항은 대금 결제(81건, 58.7%)다. 러시아 루블화 환율의 급등으로 대금 지급을 거부하는 경우도 연이어 발생했다. 물류 차질을 호소한 경우도 43건(31.2%)에 달했다. 휴대용 가스버너를 수출하는 C 사는 최근 선사로부터 우크라이나에 하역 예정이었던 제품이 갑자기 “최종 도착지가 터키로 변경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도착지 변경으로 발생한 모든 비용은 C 사가 떠안게 됐다. 이 밖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등 핵심 정보 부족을 호소하는 기업들도 있었다.
서종갑·전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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