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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스승'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그는 한국의 일론 머스크였다"

"21세기의 영웅으로 손색 없어"

벤처 1세대 동료들은 물론

업계 선후배들도 추모 행렬 동참

왼쪽부터 故 김정주 NXC 이사, 안은경 여사, 이광형 총장. 사진 제공=KAIST




고(故) 김정주 NXC 이사의 갑작스런 비보에 정보기술(IT) 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30여년간 고인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 온 스승 이광형 카이스트(KAIST) 총장은 황망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고인을 ‘한국의 일론 머스크’로 회고하며 애제자를 잃은 것에 대해 애통해했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2일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김 이사는) 이 시대의 영웅이자 한국의 일론 머스크"라고 전했다. 그는 “(김 이사는) 인터넷이 없을 때 미래를 상상하며 네트워크 게임을 만들었고, 2000년대가 되며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는 뜻을 세우고 본사를 일본으로 이전했다. 이후 CEO에서 물러나 미래 사업 추진에 주력했다”며 “이런 모습들은 21세기의 벤처영웅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1990년대 카이스트 전산학과 대학원에서 지도 교수와 대학원생으로 만났다. 고인은 1993년 카이스트 전산학과 박사 과정에 진학했으나 학업에 전념하지 못해 당시 지도교수에게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런 고인을 거둬준 사람이 바로 이 총장이다. 결국 김 이사는 창업에 전념하기 위해 박사과정 중퇴를 택했지만, 고인의 창의성을 각별히 여겼던 이 총장은 창업 이후에도 고인에게 큰 버팀목이 돼줬다, 고인은 지난해 3월 이 총장의 취임식에서 축사를 하며 눈물을 흘리는 등 최근까지 각별한 사이를 이어왔다.



게임업계를 이끈 동료들도 비탄에 빠졌다. 평생 동료이자 라이벌이었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전날 본인 페이스북에 “살면서 못 느꼈던 가장 큰 고통을 느낀다”며 비통한 심경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1년 선후배 사이로 막역한 관계였으나 지난 2015년 엔씨 경영권을 두고 분쟁을 빚으면서 갈라서게 됐다. 다만 업계에선 넥슨이 엔씨 지분 전량을 매각한 후 두 창업자가 화해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넥슨, 엔씨와 함께 게임업계 ‘3N’으로 불리는 넷마블의 방준혁 의장도 “지난해 제주도에서 만났을 때 환한 얼굴이 아직 떠오르는데 갑작스런 비보에 안타깝다”며 “고인의 개척자적인 발자취는 우리에게 큰 족적을 남겼다”고 고인을 기렸다. 한게임 출신으로 위메이드, 카카오게임즈 대표 등을 역임했던 남궁훈 카카오 대표도 "업계의 슬픔"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넥슨의 전문경영인(CEO)들도 충격에 빠진 구성원 다독이기에 나섰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사내 공지를 통해 “사장님의 뜻을 이어가 더욱 사랑받는 회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웬 마호니 넥슨재팬 대표는 “(김 이사는) 단연코 제가 만난 사람 중 가장 독창적인 사고를 가졌던 분”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에 사장님을 추모할 수 있는 방식을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인이 생전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벤처업계 후배들도 일제히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박재욱 쏘카 대표는 "후배들과 만나 얘기 나눌 때 어떤 벽도 느껴지지 않고 눈높이를 맞춰 이야기해주시던 분"이라며 고인을 회고했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도 “모두가 암호화폐를 사기라고 혹평하던 시절부터 늘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이야기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지난 2017년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 2018년에는 유럽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인수하는 등 가상자산 분야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왔다. 기업용 메신저로 지난해 유니콘 반열에 오른 센드버드의 김동신 대표도 김 이사를 ‘센드버드의 은인’이라고 칭하며 “가슴 한 켠이 베어나간 것 같다”고 황망한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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