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교전이 길어지고 국제사회에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며 국내외 방위산업체의 주가가 고공 행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신냉전 시대를 촉발할 개연성이 짙어지고 각국의 군비 경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며 방산주 몸값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K방산’ 기업들 역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동유럽·북유럽 국가들의 무기 발주 기대감과 세계 2위 무기 수출국 러시아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 속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는 세계 1위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LMT) 등 주요 방산 기업들이 일제히 52주 신고가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록히드마틴은 이날까지 5거래일 동안 18.2%의 상승률을 보이며 456.61달러에 마감, 전날에 이어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또 미국 최대 군함 제작사이자 전투기 등을 생산하는 종합방위산업체 노스럽그러먼(NOC)도 전날 7.93%, 이날 3.16% 각각 오르며 456.10달러로 마감, 신고가를 경신했다. 글로벌 톱티어 방산 업체로 꼽히는 레이테온테크놀로지(RTX), 제너럴다이내믹스(GD) 등은 이날 소폭 하락했지만 전날까지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국내 방산주의 상승세도 돋보였다. LIG넥스원(079550)은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20% 오르며 종가 기준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한국항공우주(047810)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시스템(272210) 등 방산주도 최근 3거래일간 각각 14.4%, 19.5%, 8.5%씩 올랐다. 국내 방산 기업들은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대규모 무기 수출 계약에 힘입어 올해 초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될 때마다 수혜주로 주목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한국산 무기 발주가 증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의 방산 제품은 미국 등 선진국이 개발하는 무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성능은 뒤처지지 않는 점에서 동유럽과 중동·호주 등의 국가에서 경쟁력이 높은 편이다. 실제 러시아와 가까운 폴란드·핀란드·노르웨이·에스토니아 등은 2014년부터 잇따라 K9 자주포를 구매해 갔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 무기의 수출길이 막힐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국내 방위산업에는 호재가 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미국·유럽 등 서방국가들은 러시아에 반도체 칩 수출을 중단하고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등 러시아 군수산업에 타격을 주기 위한 각종 경제 제재를 단행하고 있다. 러시아로서는 미국·유럽발 부품 공급 차질로 신형 무기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친서방국가들의 러시아 무기 수입 중단으로 세계 2위 무기 수출국이었던 입지가 크게 좁아질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방산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다. 외교부에 따르면 우리 무기 체계 수출 계약 체결액은 지난 2016년 25억 6000억 달러에서 2021년 72억 5000달러로 2.83배 늘었다. 최광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국 방산 기업들이 미국·아랍에미리트(UAE)·호주 등과 협상 중인 프로젝트를 모두 따낸다면 수출 규모는 17조~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내 방산 기업의 수출 모멘텀이 지난해 말부터 강력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기업의 주가가 최근 크게 오르기도 했지만 추가 수주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는 여전히 크게 저평가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