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스마트폰)에 이어 인텔(반도체), GM(자동차), 이케아(가구) 등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 철수를 선언하면서 러시아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를 응징하는 차원에서 영업·판매 중단 조치를 취하고 있어 동참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섣불리 사업 중단을 선언할 경우 비즈니스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위험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로서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처한 셈이다.
4일 외신과 산업계에 따르면 인텔과 AMD 등 반도체 기업들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한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인텔은 성명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이번 전쟁으로 영향을 받은 모든 사람들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15%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애플은 전면 철수 결정을 내렸고 구글과 볼보·GM·포드·나이키 등 여타 글로벌 기업들도 ‘러시아 엑소더스’ 전선에 합류했다.
국내 기업들의 고민은 깊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시장 조사 업체 CCS인사이트의 벤 우드 수석애널리스트는 “(애플 철수가) 삼성 같은 라이벌 회사들에도 틀림없이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기업 고위 임원은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는 러시아에서 스마트폰, 가전제품, TV, 반도체 칩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의사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대차그룹도 러시아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어 GM과 같은 행보를 보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종별로는 러시아 사업 비중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HMM이 러시아 운항 노선을 중단하기로 한 데 이어 몇몇 해운사가 운항 중단이나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 회사들은 러시아에 의존해온 나프타 조달을 줄이고 중동 등 제3국으로 수입 물량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유사들도 러시아산 원유 도입을 대폭 축소하고 중동이나 미국산 수입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 체계를 아시아·남미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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