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량 가격이 지난달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영향으로 식량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FFPI)는 140.7로 집계됐다. 전월(135.4) 대비 3.9%, 전년 동기대비 24.1% 각각 상승했다. 1996년 집계 시작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식량가격지수는 2002∼2004년 식량 가격의 평균치를 100으로 정해 현재의 가격 수준을 지수로 표현한 값이다.
설탕을 제외한 모든 품목의 가격지수가 상승했으며, 특히 유지류와 유제품 지수의 상승률이 높았다. 구체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산 밀과 우크라이나산 옥수수의 수출에 불확실성이 예상되면서 곡물 가격지수가 3.0% 올랐다. 양국은 세계 밀 수출량의 29%를 차지한다. 식물성 기름과 유제품 가격지수는 각각 8.5%, 6.4% 상승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해바라기유 수출의 80%를 담당한다. 더욱이 2월 지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상황을 주로 반영한 것인 만큼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지수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FAO는 "식량 가격 상승이 코로나19에서 회복 중인 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며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의 빈곤층을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식량안보를 강화하려는 각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헝가리 농부무는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식량 가격 상승을 이유로 모든 곡물 수출을 즉각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주요 곡물 수출국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는 밀의 자국 내 공급 보장과 파스타 가격 안정을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섰으며, 최대 밀가루 수출국 중 하나인 터키도 곡물 수출에 대한 정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몰도바는 이달부터 밀, 옥수수, 설탕 수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한국도 국제곡물 수급 불안에 대비해 사료와 식품 원료구매자금 금리를 인하했고, 사료곡물을 대체할 수 있는 원료의 할당물량을 늘리는 등 대응책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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