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쌈짓돈’ 격인 재정증권 발행금리까지 급등해 나라 살림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 들어 네 차례에 걸쳐 5조 원 규모의 재정증권을 발행했다. 재정증권은 세입·세출 간 불일치를 조정하기 위해 발행하는 만기 63일물 단기 유가증권으로 가계에 비유하면 다음 달 월급이 들어올 때까지 부족한 돈을 잠시 융통하는 일종의 약속어음과 같다. 정부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매년 1분기 중 15조 원 안팎의 재정증권을 찍어내 재정지출 소요에 대응해 왔다.
문제는 올 들어 발행금리가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재정증권 최초 발행일인 지난달 9일 발행금리는 1.20%였으나 이달 3일에는 1.30% 선까지 올라섰다. 지난해 평균 발행금리가 0.5% 내외였던 점을 감안하면 두 배 넘게 상승한 금리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한국은행 통화안정채권금리를 비롯해 주요 지표 채권 발행금리가 상승해 재정증권 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가 워낙 낮아 재정증권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외국인투자가들도 최근 재정증권 보유 금액을 늘려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금리가 오르면 자연히 나라 살림에 대한 부담은 커지게 된다. 가령 정부가 올해 2020년과 비슷한 45조 원 수준의 재정증권을 발행하면서 연 1.3%대 금리가 이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물어야 할 이자 비용은 약 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연 1.3% 금리를 기준으로 63일분 일할(日割) 금리를 적용한 값이다. 유력 대선 후보들이 대선 직후 수십조 원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로 이미 약속한 바 있어 올해도 수십조 원대 재정증권이 발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국고채나 재정증권이 아직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어 외국인투자가들의 수요가 이어지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지만 대선 이후 수십조 원대 국채 발행이 현실화한다면 투자 자금 이탈과 이에 따른 국채금리 급등(국고채 값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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