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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고유가 지속땐 적자전환…화학도 나프타 급등에 초긴장

■산업계 비상경영 돌입

PVC값 인상에 건자재기업 직격탄

러産 수산물 막혀 자영업도 시름





국제 유가가 130달러를 넘어서면서 국내 산업계는 지난 1970년대 ‘오일쇼크’ 수준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은 항공·정유·화학 업계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고유가가 장기화되면 전반적인 수요 감소로 자동차 등 대부분의 산업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에 화물 운송으로 영업을 지탱하던 항공 업계는 고유가로 적자 전환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경우 유가 상승이 본격화된 지난해 연료비로만 1조 80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했다. 전체 영업 비용에서 연료비 비중은 25%에 달했다. 일각의 예상대로 유가가 180달러까지 치솟을 경우 연료비로만 3조 원 이상이 지출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지난해 1조 4644억 원으로 추정되는 영업이익도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추출되는 나프타를 기초 원료로 사용하는 화학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나프타 가운데 수입산 비중은 20%이고 이 중 약 23%가 러시아산으로 가장 많다. 지난주 나프타 가격은 한 주 만에 22% 넘게 뛰며 톤당 1000달러를 돌파했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해 나프타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경우 다른 나라의 나프타로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추가로 오를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운임 상승과 경쟁 심화로 실적이 부진했던 화학 업계는 올해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 업계의 경우 유가 상승은 정제 마진 상승으로 이어져 단기적으로는 호재지만 고유가가 장기화되면 수요가 급감해 피해가 불가피하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논의하면서 대체 수입선을 찾아야 할 형편이다. 자동차 업계도 고유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장기적으로 자동차 수요 및 운행 감소로 이어져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 업체의 수익성 축소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건축 업계도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로 창호·바닥재·페인트 등 건축자재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폴리염화비닐(PVC) 등의 가격이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KCC의 한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원재료 단가가 높아졌다”며 “합성수지를 만드는 업체가 가격을 인상해 국내에 영향을 끼치는 기간은 3주 정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명태·연어·대게 등 러시아산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도매 업계에 따르면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연어 ㎏당 가격이 최근 2만 원을 넘어섰다. 연어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지난해 초만 해도 ㎏당 연어 시세는 1만 5000원 안팎이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며칠 사이 가격이 껑충 뛰었는데, 그렇다고 당장 식당 내 판매 가격을 올릴 수 없어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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