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몽니에 한국 우주산업이 발목을 잡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제재를 가한 국가들에 대해 보복 조치를 취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추진하던 위성 발사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272210)이 지분 투자(3억 달러)한 원웹의 위성 인터넷 발사와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의 위성 발사가 지연될 위기에 처했다. 러시아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가 자국에 제재 조치를 가한 국가들에 보복 조치를 취하면서다.
먼저 타격을 입은 것은 글로벌 우주 인터넷 기업 원웹이다. 원웹 위성 36기는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소유스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로스코스모스가 지난 1일 원웹 최대주주인 영국 정부의 지분 매각과 위성의 군사 목적 사용 제한을 발사 조건으로 걸며 발사가 불발됐다. 로스코스모스는 최근 로켓에 그려졌던 한국을 포함해 원웹에 지분을 투자한 영국·미국·프랑스·일본·인도의 국기를 지우기까지 했다.
현재 원웹은 로스코스모스의 조건을 거부하고 바이코누르에 있는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황이다. 원웹은 오는 8월까지 총 648기의 위성을 올려 전 세계에 위성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게 목표였으나 러시아의 거부로 계획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원웹 주주인 한화시스템은 지분 매각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화 시점이 늦춰지더라도 한화시스템의 위성통신·안테나 사업과 시너지를 내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KAI도 위성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KAI는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6호와 위성 시스템 구축부터 위성 본체 개발·제작, 시험·발사까지 총괄한 차세대 중형 위성 2호 발사를 러시아와 하기로 했는데 연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KAI는 올 하반기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러시아 소유스 로켓에 차세대 중형 위성 2호를 발사하고 러시아 모스크바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안가라 로켓을 통해 아리랑 6호를 발사할 계획이었다. KAI 및 관계 부처는 러시아 로켓 발사가 불발될 경우를 대비해 미국 등 대체 발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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