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라는 대형 암초에 급락한 유럽 상장지수펀드(ETF)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대화의 불씨가 되살아나면서 안도 랠리를 펼쳤다. 지속되는 경제 제재로 당분간 출렁거림이 계속될 수 있지만 경기에 과도한 불안감으로 가격 매력이 커지면서 현 시점 유럽에 눈길을 돌려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유로존 우량기업 50개에 집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KBSTAR 유로스탁스50(H)’는 전일 대비 9.69% 급등한 967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KOSEF 독일DAX(411860)(10.82%), TIGER 유로스탁스배당30(245350)(9.89%), TIGER 유로스탁스50(합성 H)(10.05%) 등도 탄탄한 오름세를 보였다.
연초 전세계 증시에서 우등생 역할을 했던 유럽은 우크라이나를 향한 포성 소리와 함께 휘청거렸다. 연초 유로존의 성장률(4.2%) 미국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오미크론 영향권에서 조기 탈출하면서 1월 유로스탁스50지수의 낙폭은 2.9%에 그쳐 S&P500지수(-5.3%)와 나스닥지수(-9.0%)를 크게 따돌렸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운이 짙어지면서 지난달부터 이달 8일까지 유로스톡스50지수가 17.1% 급락해 작년 상승 분을 거진 토해내는 등 분위기가 반전됐다. 러시아의 군사 행동을 개시 이후 유럽 천연가스(TTF) 가격이 200% 가량 솟구치며 유럽 경기 방향성에 비상등이 켜진 탓이다. 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은 “글로벌 증시 화두가 연초 ‘미국 금리 인상’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넘어갔다”며 “최근 한달간 원자재 수출국인 중남미·아세안 증시는 선전하는 반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9일(현지시간) 전쟁 당사자 간의 협상이 진전될 기미를 보이자 전일 유럽 증시에 급격히 화색이 돌았다.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산유국의 원유 증산 기대까지 번지면서 전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유럽 천연가스(TTF)는 각각 12.1%, 27.3% 급락했다. 지수를 찍어내린 변수가 실마리를 찾을 조짐을 보이자 전일 유로스톡스50지수는 7.4% 올라 2020년 3월 이후 최대폭으로 뛰었고 독일(7.9%), 프랑스(7.1%), 이탈리아(6.9%) 등도 급등했다.
불안한 국제 정세로 인한 여진은 한 동안 계속될 수 있지만 비(非) 펀더멘털 요소로 단기간 내 급격한 조정을 거친 만큼 긴 안목에서 유럽에 접근할 만한 하다는 평가다. 실제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유럽 주식형 펀드가 최근 한달간 12.7% 가격 조정을 받자 투자자들은 유럽 펀드에서 6억 원 매수 우위를 나타내며 유럽행에 나서고 있다. 한 유럽 펀드 운용역은 “경기 하방 우려가 과도하게 반영되며 미국 대비 밸류에이션 매력이 과거 밴드의 하단까지 내려왔다”며 “유럽 은행주에 관심이 높지만 금리 인상 경로에 불확실성이 있어 당분간 에너지 섹터의 선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bae@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