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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쌓은 '성장 모래성'…재정 설계도 촘촘하게 다시 짜라 [윤석열 시대]

[이런 나라를 만들자]

<2> 시장 기능 복원하라-지출 구조조정 통해 재정 효율성 제고

전국민 지원금·일회성 일자리 등

효율성 낮은 사업에 돈 쏟아부어

"정부지출 ,경제성장에 효과 없어"

가파른 채무 증가 속도 조절하고

재정 선순환 낳을 미래동력 확보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에 초점


최근 프랑스 정부는 재정 정상화 프로그램을 꺼내들었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에 위축됐던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자 대규모로 풀었던 재정 지출을 정상화해 장기 성장 동력을 위한 실탄을 마련하는 차원이다.

당장 올해부터 5년간 연평균 지출 증가율을 0.7%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9%까지 늘어난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를 오는 2027년 3% 미만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독일 역시 내년부터 ‘채무제한법’을 적용해 차입금에 대한 상환을 계획하는 건전화 조치에 돌입했다. 이 법은 차입 없는 균형 재정을 대원칙으로 삼고 재정수지 적자 목표를 GDP 대비 0.35%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이런 유럽 국가의 움직임은 날로 악화하는 나라 살림에도 선심성 퍼주기에 몰두하는 우리 상황과 대비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예산은 소모성 지출이 아니라 선투자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에는 ‘경제 구조 개선을 위한 선투자’라는 명목으로, 코로나19 사태 때는 ‘피해 계층 지원’을 이유로 지난 5년간 10차례 추경을 단행하고 150조 원 규모의 현금을 지출했다. 그 사이 국가 부채는 415조 5000억 원 늘었고 국가 채무 비율은 14.1%포인트 상승했다.

문제는 정부 예산이 일회성 일자리 사업이나 전 국민 재난 지원금과 같은 효율성 낮은 사업에 치중돼 경제 효과가 미미했다는 점이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전 한국재정학회장)에 따르면 재정 지출이 증가할 때 GDP가 얼마나 증가하는지를 보여주는 재정 승수는 지난 2017년 6.73에서 2020년 0.08까지 추락했다. 재정 지출을 1조 원 늘렸다면 GDP 증가는 800억 원에 그쳤다는 뜻이다. 정부 의도와 달리 시장에 뿌려진 예산이 값어치를 못하고 있고 국가 재정에도 부담만 지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염 교수는 “정부 지출이 정작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며 “최근 들어 대폭 늘어난 재정 지출은 생산성이 큰 부문에 투자된 것이 아니라 긴급재난지원금, 소상공인 피해 보상용 지원, 재정 일자리 사업 등 현금성 복지 지출 등 비생산적 사회 보장성 이전 지출에 주로 사용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국가 채무 비율이 낮아 재정 활용 여지가 크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국가 부채의 범위를 편협하게 해석한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2019년 결산 기준 GDP 대비 일반 정부 부채(D2) 비율은 42.1%로 미국(108.2%)과 프랑스(98.1%), 영국(85.2%)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 신용을 등에 업고 낸 빚인 공기업 부채 400조 원과 연금 충당 부채 약 1000조 원을 감안한 D4 부채 비율은 올해 120%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미국·유럽 등을 제외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우리와 같은 비기축통화국이 발행하는 국채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 자산으로 평가받지 못하기 때문에 유사시 가격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면서 “미국이나 유럽과 우리의 재정 상황을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렇다 할 재원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적자 국채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국채 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 국채 금리와 맞물린 대출 금리마저 뛰면 가계와 기업의 비용 부담을 키워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역임한 한 인사는 “정부가 재정을 풀면서 내세우는 이유가 서민층을 비롯한 경제 약자를 도와주겠다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물가와 시장 금리 인상을 부추겨 되레 피해를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차기 정부가 대내외 악재에 직면해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고물가, 잇따른 금리 인상, 최대 교역 국가인 중국 경제의 불안, 오미크론의 확산 등으로 경제 여건이 악화돼 재정의 효율적 집행이 중요해졌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에서 재정 규율이 무너진 터라 우선 국가 채무 증가 속도를 줄이는 방법부터 먼저 고민해야 한다”면서 “관성적으로 집행하던 예산을 구조 조정해 재정을 생산적인 분야에 투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만한 악재가 하나둘이 아니다”라며 "차기 정부의 위기 관리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고 강조했다. 예산을 풀더라도 인프라 구축, 신산업 육성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잠재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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