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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에 잃어버린 5년.. 50년 내다 본 에너지정책 필요[양철민의 경알못]

탈원전 5년에 주권 내 준 에너지 안보

‘어차피 가야하는 길’ 탄소중립.. 원전은 필수

탈원전 정책으로.. 퇴임후 평가 뒤집힌 獨 메르켈

‘산넘어 산’ 신한울 3·4호기… 유연한 접근 필수





“에너지 정책은 안정적 공급과 사회적 비용 최소화가 가장 중요한 원칙인데, 현 정부는 ‘청정에너지 공급’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며 결국 연료비 급상승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차기 정부에서는 전력수급 원칙을 새로 세워야 한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정 교수는 “탈원전 정책과 함께 재생에너지 확대안을 내세우며 결국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에너지 보급 수단이 에너지 정책의 목적이 됐다”며 “탄소 배출이 없는 원전과 함께 에너지 믹스 정책을 새로 짜야한다”고 강조했다.

탈원전 5년에 주권 내 준 에너지 안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도그마’에 ‘묻지마 신재생’이 맞물리며 한국의 에너지 안보가 휘청이고 있다. 기후나 시간대에 따라 발전 변동성이 큰 태양광이나 풍력 확대로 에너지 수급 불안 우려는 커지고 있으며, 신재생의 단점을 보완해줄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량 증가로 한국전력은 올해 20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차기 정부가 설비용량 기준 2.8GW 규모의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와 함께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 등 원전을 기반으로 ‘에너지 100년 대계’를 수립해야 하는 이유다.

16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원전은 이달 기준 1kWh의 전력 생산을 위해 6.4원의 연료비를 투입하면 된다. 반면 여타 화석연료의 연료비는 원전 대비 15~30배 가량 높다. 최근 1년새 가격이 4배 가량 뛴 석탄은 1kWh 전력생산을 위해 90.7원을,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한 LNG는 184.2원을 각각 투입해야 한다.

원자력 발전 설비 구축시 들여야 하는 비용 및 사용후 핵연료 처리비용 등을 감안하더라도 원전의 경제성이 높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 같은 부대비용을 합산한 원전의 1kWh당 정산단가는 67.9원으로 석탄(155.0원)이나 LNG(247.1원) 대비 경제력이 압도적으로 높다.

원전은 탄소배출량도 신재생 발전 대비 낮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발전의 생애 주기 탄소배출계수는 1㎾h당 이산화탄소환산(CO2eq) 및 중간값 기준 48g인 반면 원전은 12g에 불과하다. 원전이 태양광 발전 대비 4분의 1 수준의 탄소만 배출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IPCC는 재생에너지의 적극적인 확대 외에도 2050년까지 원자력을 2010년 대비 2.5~6배 증가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럽연합(EU)이 지난달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한 ‘택소노미(taxonomy)’에 천연가스와 함께 원전을 포함하며 ‘원전은 친환경 에너지’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주요국들은 이 같은 발전효율 및 친환경성에 주목해 원전 확대에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중국은 2035년까지 원전 150기 추가 건설 방안을 검토중이며, 프랑스는 오는 2050년까지 원전 14기를 추가 건설하기로 했다.

‘어차피 가야하는 길’ 탄소중립.. 원전은 필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서도 원전은 필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탄소중립 새로운 에너지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원전 비중을 40%로 높이고 신재생 비중을 낮추면 에너지 저장장치(ESS) 설치비용 600조원 절감할 수 있다. 반면 탈원전 도그마에 사로잡힌 현 정부는 2030년 원전 비중을 23.9%로 낮춘다는 방침이라, 지금과 같은 ‘에너지 믹스’ 하에서는 NDC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상당하다.

한국이 에너지 부문에서 유일하게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평가받는 ‘수소경제’에도 원전 활용이 필수다. 전문가들은 24시간 상시 가동 가능한 원전을 수전해에 활용할 경우 신재생 등 여타 발전원 대비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수소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 보고 있다. 반면 정부는 지금까지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 원전을 활용한 방안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신재생은 차기 정부에서도 꾸준히 늘려야 하지만 ‘감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신재생 설비용량은 지난해 24.49GW로 원전 설비용량인 23.25GW를 사상 처음으로 뛰어넘으며 ‘신재생 과속론’이 꾸준히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였던 지난 2017년 말 신재생 설비는 10.97GW로 당시 원전(22.53GW)의 절반에도 못 미쳤지만 이후 설비가 3~5GW씩 빠르게 증가하며 지난해 원전을 넘어섰다.

반면 신재생의 발전 효율은 여전히 낮다. 지난달 자가발전 등을 제외한 전력계통망에 접속된 신재생 설비는 15.55GW로 원전의 60% 수준인 반면, 발전량은 2372GWh로 원전(1만3314GWh)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 미국 캘리포니아대 등이 네이처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42개국 중 한국의 신재생 전력안정성이 72.2%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20년 국내 75개 풍력발전소의 발전 효율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인 24%에 불과하며, 태양광 이용률도 미국 등 주요국 대비 10%p 가량 낮은 14% 수준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퇴임후 평가 뒤집힌 獨 메르켈


신재생 확대는 에너지 안보 이슈로 이어진다. 독일이 대표적이다. 전체 발전의 40% 이상을 신재생에 의존하며 러시아산 천연가스 비중을 늘렸던 독일은, 우크라이나 사태 속 러시아 측에 제 목소리를 못내고 있다는 비판이 상당하다. 독일내 탈원전을 주도했던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게이츠 외에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도 원전의 역할론을 주장하고 있다”며 “각국은 원전을 재가동하고 출력을 늘려야 하며, 이는 자국 에너지 안보에 필수”라고 밝혔다.

현재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작성 중이며 각계 의견을 수렴해 올 연말에 이를 확정·공개한다. 현 정부 시절 공개된 ‘8·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탈원전 정책에 근거해 마련된 만큼, ‘원전 최강국’을 전면에 내세운 윤석열 정부 하의 10차 전력수급기본 계획은 정책 대전환이 불가피 하다.



정치적 셈법으로 도출된.. 전기요금도 정상화 해야


올해 전기요금은 1kWh당 11.8원이 인상돼야 한다. 반면 지난해 말 대통령선거를 석달여 앞둔 정부는 물가상승 우려를 이유로 이 같은 인상분을 올 10월부터 전부 반영토록 했다. 이 같은 요금결정 체계는 전기요금 결정 시 ‘경제’보다 ‘정치’가 더 크게 자리한다는 비판의 근거가 된다.

시장 가격대비 낮은 전기요금은 전력 과소비를 부추기며, 무엇보다 이에 따른 에너지 공기업의 손해는 ‘혈세’로 메워줘야 한다. 차기 정부에서는 전기요금 정상화가 필요한 이유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은 1kWh당 전기요금이 10.2센트로 제조강국인 일본(25.4센트)과 독일(33.4센트)은 물론 석유 순수출국인 미국(13.0센트) 보다도 낮다. 지난해 풍력감소 등으로 전세계적으로 신재생 에너지 발전효율이 낮아진데다 최근 액화쳔연가스(LNG) 등 연료비 급등 추세를 감안하면 이 같은 한국과 주요국 간의 전기료 격차는 더욱 벌어졌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이 원가 대비 낮은 전기요금은 각 가계나 기업의 전력 사용량을 늘린다. 실제 올 1월 최대전력 수요는 평균 7만9797MW를 기록하며 역대 1월 기준 최고치를 경신 했으며, 지난달 또한 역대 2월기준 최대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 같은 요금 체계로 한국전력의 재무제표가 악화 일로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전력거래량은 4만5113GWh로 전년 동기의 4만1944GWh 대비 7% 가량 늘어난 반면, 전력거래액은 7조2470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8054억원) 대비 90% 늘었다. 같은 기간 전기요금 인상률은 2%에 그쳤다. 올 1분기에만 한전이 10조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당선인 측은 대통령 후보 시절 “탈원전으로 연료비가 급등한 만큼 올해 전기요금을 동결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요금 동결 시 한전의 부채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동결카드를 꺼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지난 2008년 한전이 2조 798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자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6680억 원을 지원한 바 있다. 시장경제 기반 전기요금 체제가 구축되지 않을 경우, 매년 정부 예산 투입이 반복될 수 있는 셈이다.

재개까지 ‘산넘어 산’ 신한울 3·4호기… 유연한 접근 필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원전 최강국’ 공약 이행을 위한 첫 단추인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해서는 ‘선(先) 건설 후(後) 허가‘ 등의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등 법적 절차를 일일이 따질 경우 내년에나 착공이 가능한 만큼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5일 산불피해 이재민 간담회에서 “신한울 3·4호기 공사 착공을 가급적 빨리 하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한 후 첫 외부공개일정으로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와 면담을 진행하는 등 후보 시절부터 원전 경쟁력 복구를 주요 이슈로 제기해 왔다.문제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해서는 관련 법에 따라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근거로 원전 발전 계획을 승인해야지만 발전기 계약 진행이 가능하다. 반면 문재인 정부 들어 수립된 8·9차 전력기본계획에는 신한울 3·4호기가 제외됐다.

2년 간격으로 발표되는 전력수급계획안은 착수부터 발표까지 22개월 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전기사업법 25조에 따르면 전력수급 기본 계획은 실무안을 마련한 후 부처간 협의 및 국회 상임위 보고외에 공청회 및 전력정책심의회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산업부는 올 상반기 내에 실무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라 이 같은 과정을 감안하면 올 연말에나 10차 전력 수급 발표가 가능한 셈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상황이라는 점에서 원전 확대방안을 넣은 10차 전력수급계획안의 국회 보고 과정에서 정부와 국회간 마찰이 빚어질 수도 있다. 전력수급계획이 확정되더라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과 환경영향평가 등을 받아야 한다.

다만 신한울 3·4호기 착공 지연에 따른 손해가 누적된 만큼 ‘선 건설 후 허가’ 등의 유연한 해법을 적극 검토할 필요성이 나온다. 실제 신한울 1·2호기의 애초 예상 건설 비용은 7조원 수준이었지만, 현정부들어 수립된 원안위의 늑장 허가에 따른 이자 비용 지출 등으로 이들 원전의 최종 공사비는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울 3·4호기가 조기 가동되면 전력 수급 문제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한울 3·4호기가 포함돼 있었던 만큼 건설을 우선 재개하며 추후 수급계획에 이를 반영하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며 “건설 재개 프로세스가 늦춰질 수록 손해 또한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양철민의 경알못’은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10년 넘게 경제 기사를 썼지만, 여전히 ‘경제를 잘 알지 못해’ 매일매일 공부 중인 기자가 쓰는 경제 관련 콘텐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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