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예정됐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이 무산되면서 한국은행 총재 공백이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은 사상 초유의 총재 공백 사태에 대비해 본격적인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한은은 다음 달 14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까지 총재 공백이 발생하면 주상영 금통위원이 금통위 의장직 직무를 대행한다고 밝혔다. 한은 총재는 금통위 의장을 맡고 있는데 한은법에서는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땐 금통위가 미리 정한 위원이 직무를 대행한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금통위는 오는 24일 회의에서 주 위원을 다음 달 1일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 의장 직무를 대행할 위원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금통위는 미리 직무 대행 순번을 정해두고 있는데 이달 말까지는 서영경 금통위원이지만, 다음 달 1일로 주 위원 차례로 바뀐다.
다만 주 위원이 금통위 직후 열리는 기자간담회에 직접 나설지는 미지수다. 한은 안팎에서는 그동안 소수의견을 내온 주 위원이 금통위를 대표해 간담회에 참석해 시장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주 위원이 간담회에 나설지는 향후 금통위원들이 별도로 논의해서 정할 예정이다. 금통위 의장직을 제외한 총재 직무에 대해서는 이승헌 부총재가 맡는다.
이주열 총재는 이달 31일을 끝으로 임기를 마치기 때문에 후임 총재 후보자 지명이 아무리 빨라도 일정 기간 공백은 불가피하다. 통상적으로 후보를 지명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는데 약 20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협의가 늦어질수록 다음 달 14일 금통위에서 총재 없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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