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혼인 건수가 10만 명대에 진입해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초혼 연령도 점점 높아지고 있어 결혼을 아예 안 하거나 하더라도 늦게 하는 추세가 자리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 2500건으로 전년 대비 9.8%나 줄었다. 한 해 혼인 건수가 20만 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혼인 건수는 매년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10년 전인 2011년만 해도 전체 혼인 건수가 32만 9100건에 달했으나 이후 매년 6~7%씩 감소하다가 지난해 9% 넘게 떨어지며 20만 명대까지 붕괴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2011년의 58.7% 수준에 불과하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나타내는 조혼인율도 지난해 3.8건으로 전년 대비 0.4건 줄어 역대 최저를 나타냈다. 노형준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주 혼인 연령층인 30대 인구 자체가 감소하고 있고 여기에 미혼 남녀의 가치관 변화, 코로나19에 따른 결혼 연기 및 국제결혼 감소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혼인 뒤 출산하는 경향이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에 당분간 출산율도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통계청의 전망이다.
혼인 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3.4세, 여자 31.1세로 각각 전년 대비 0.1세, 0.3세씩 상승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남자는 1.5세, 여자는 1.9세씩 각각 높아졌다.
주 결혼 연령층도 30대로 완전히 이동했다. 지난해 여성의 연령별 혼인율(해당 연령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은 30대 초반이 40.8건으로 20대 후반(38.2건)을 처음으로 앞섰다. 30대 후반의 혼인율은 13.8건이었다. 남성의 연령별 혼인율은 △30대 초반 42.1건 △20대 후반 22.0건 △30대 후반 19.5건 순이었다.
일명 ‘연상연하(여성이 연상인 부부)’ 커플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여자 연상 혼인의 비중은 19.2%로 전년 대비 0.7%포인트 늘었다.
한편 지난해 이혼 건수는 10만 2000건으로 전년 대비 4.5% 감소했다. 평균 이혼 연령은 남자 50.1세, 여자 46.8세로 각각 전년보다 0.8세씩 올라 상승 추세를 이어갔다. 혼인 자체가 줄면서 전체 이혼 건수는 감소하는 대신 기대 여명 증가 등에 따라 이혼을 선택하는 고령 인구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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