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가 인수를 추진 중인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SM)에 유상증자 주의보가 울리면서 17일 SM 주가가 급락했다. 카카오 측이 SM 최대주주인 이수만(69) 총괄 프로듀서(회장) 지분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해 비싸게 산 후 지배력 확대를 겨냥해 SM에 유상증자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 것이다.
SM 주가는 이날 5.3% 하락한 7만 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M엔터의 지분 1%가량을 보유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을 인수하면서 유상증자에 나설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다는 분석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카카오엔터가 SM의 대주주 지분(약 19%)만 높은 프리미엄을 붙여 인수한 뒤 낮은 지분율을 보완하기 위해 SM에 대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시도할 것”이라며 “이 경우 주당순이익이 희석되고 기존 주주가치는 훼손된다”고 주장했다.
얼라인 측은 카카오엔터가 SM 주가에 프리미엄을 붙여 주당 약 10만 원에 인수한다고 해도 유상증자가 뒤따르면 주가는 8만 원대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얼라인파트너스 관계자는 “SM은 현금성 자산이 차입금보다 더 많고 경쟁업체에 비해서도 순현금 비중이 높은 편이어서 경영상 이유로는 유상증자를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얼라인 측은 SM이 실제 카카오 측에 매각돼 유상증자를 실시할 경우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도 경고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나 현재 여권에서도 경영권 변동 시 피인수 기업 주주에 주식매수 청구권을 부여하는 등의 소액주주 보호 필요성을 중시하고 있어 그간 여론의 비판이 곳곳에서 거셌던 카카오 측이 SM 인수 후 유증을 강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가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이어 경영진의 주식 대량 매도로 여론의 포화를 맞은 상황에서 소액주주의 피해가 예상되는 조치를 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 SM 창업자는 CJ ENM(035760)에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려다 최근 카카오로 선회해 주당 매각가격 등을 최종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측은 이 회장이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과 계속적인 경영 참여를 원해 SM 인수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매각 협상은 이달 말까지 진통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