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차세대 전력 반도체가 한국에서 만들어진다. 세계 전력 반도체 2위 기업인 미국 온세미컨덕터가 테슬라의 전기차에 들어갈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국내 공장 확장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온세미컨덕터는 국내 생산 거점인 경기도 부천 공장 확장 공사를 위해 공장 내 땅고르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증설되는 라인은 차세대 전력 반도체로 꼽히는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를 만들게 된다.
SiC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기반 반도체보다 열이나 압력에 잘 견딘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작동해야 하는 차량용 반도체로 적합하다. 테슬라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SiC 전력 반도체를 활용하면서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국의 크리, 독일의 인피니언 등이 이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모비스·SK실트론·LX세미콘·DB하이텍 등이 관련 분야 진출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온세미컨덕터는 SiC 전력 반도체 분야에서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아성을 깨기 위해 한국 공장 확장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025년까지 현재 부천 공장 SiC 반도체 생산량의 10배 이상으로 생산 라인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도 이 프로젝트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의 SiC 반도체 다변화 움직임은 최근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을 옥죄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 마비에서 기인한다. 유럽에 본사를 두고 있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온세미컨덕터와 계약을 타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의 핵심 반도체 공급 기지가 한국에 자리하는 것은 국내 반도체 공급망의 위상이 크게 올라갈 수 있는 기회다. SiC 생태계 확장은 물론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세계적인 국내 배터리 회사와 전기차용 배터리 협력 개발도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 온세미컨덕터 측은 이에 대해 “부천 공장 확장은 SiC 생산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면서 “고객사가 테슬라인지는 언급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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