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감사 보고서 제출 기한을 지키지 못한 상장사 수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82곳에 달했다. 이 중 코로나19 확산세로 불가피하게 제출이 지연된 기업도 있지만 기업 내부적 요인으로 감사가 불가능한 기업 역시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감사 보고서 제출이 지연된 기업들은 결국 ‘비적정’ 의견을 받거나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높아 상습적으로 마감 기한을 어기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3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 채널 카인드(KIND)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법인 가운데 82개사(23일 오후 6시 기준)가 감사 보고서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감사 보고서 미제출 기업 수(62개사)보다 20개사가 늘어났다. 특히 코스피 상장사 중 마감 기한을 지키지 못한 곳은 위메이드·비케이탑스·JW생명과학 등 16개사로 2배 가까이 불어났다. 이 밖에 코스닥 시장에서는 55개사, 코넥스 시장에서는 11개사가 감사 보고서 제출 지연 공시를 냈다.
올해 제출 지연을 신청한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을 지연 사유로 꼽았다. 회계 담당자가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에 들어가거나 중국·유럽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 해외 소재 관계사 및 매출 거래처의 감사 증거 수집이 어려워 외부감사와 재무제표 작성이 늦어지고 있다는 이유다. 감사 보고서 제출 지연을 공시한 한 상장사는 “해외에 위치한 종속 기업이 연결 재무제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코로나19 영향으로 2021회계연도 외부감사 및 재무제표 작성이 지연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금융 당국은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19 확산세를 감안해 감사 보고서 제출에 대한 제재 면제 심사 신청을 받고 있다. 상장사들은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기 1주일 전까지 감사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원칙상 감사 보고서에 첨부되는 사업보고서를 미제출한 채로 10일이 지나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게 된다. 올해 기업들이 3월까지 정기 추종을 열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기업이 23일까지는 감사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셈이다. 이에 이날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제재 면제 여부를 심사하는 회의를 열고 신청 기업 23개사 및 감사인 16개사에 대한 제재 면제를 결정했다.
다만 코로나19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미제출 기업 중 일부는 거래 정지 및 관리 종목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성티엔에스·유네코·한국코퍼레이션 등 12곳은 이미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됐다. 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감사 보고서를 늦게 제출하는 등 상습적으로 마감 기한을 어기는 기업들 역시 많아 주의가 요구됐다. 감사 보고서 지연은 감사인과 기업 간 의견 차가 크다는 상황을 내포하기 때문에 의견 ‘비적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코로나19 확산세가 아닌 기업 내부적인 문제로 감사 보고서 제출 기한을 어긴 기업들이 있을 수 있어 지연 사유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조언 역시 나온다.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감사 보고서가 지연되는 상황을 정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산업 특성상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어쩔 수 없지만 코로나19 등을 핑계로 내부적인 문제를 감추는 기업들이 있을 수 있어 투자에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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